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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소식
일본 시민사회의 흥미로운 변화
  • 정은정 교류홍보실 행정원
역사인식과 동아시아 평화포럼

지난 11월 19일부터 23일까지 교과서 대응 관련 한일 시민단체 활동가 평가회의와 제8회 "역사인식과 동아시아 평화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의 오사카와 도쿄에 다녀왔다. 업무상으로도 중요한 일정이긴 하였지만, 개인적으로도 일본 시민사회의 큰 변화를 느끼는 계기가 되어 더욱 의미가 있었다.

일본군'위안부'문제를 시작으로 일본 시민사회와 교류를 해 온지 10년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그동안 일본의 시민사회와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느끼면서 나 자신은 물론 한국의 시민사회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어쩌면 소소한 것일 수 있지만, 동북아 역사갈등 문제의 해결에서 민간차원의 교류가 중요하다고 볼 때, 이러한 변화는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활동가들의 평균 나이의 문제다. 일본 시민단체 행사에 참석해 보면, 50~70대에 어르신들이 왼쪽 팔뚝에 '보란티어(자원봉사)'라는 완장을 차고 전단지를 나누고, 접수를 받는 모습을 보면서 20~30대의 젊은 한국의 참여자들은 다소 민망해 했던 기억이 있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일본 시민사회에 젊은 세대가 거의 전무한 상황이 걱정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변했다. 올해로 8회를 맞이하는 평화포럼에는 행사장인 메이지대학의 학생들이 참여하여 행사를 지원하고, 기특하게도 그들만의 작은 세미나를 만들어 동아시아의 역사갈등의 문제에 대해 그들의 생각을 나누고, 실천을 모색하는 의미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도 했다.

사실 2003년경 부터는 한·중·일 시민사회의 대중적 교류의 중심이 한국이었기에 이러한 변화가 일찌감치 있었는데 이제야 느낀 것인지 모르지만 확실히 일본 시민사회의 변화는 변화다. 일본 시민사회가 젊어졌다! 일본 시민사회도 이제 새로운 희망이 보인다!

젊어지고 활발해진 네트워크, 동아시아 공동체의 청신호

두 번째는 한우물만 깊이 파는 것이 아니라, 옆으로 연결된 네트워크를 만드는 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국 시민사회처럼 주제와 지역을 한꺼번에 집중시키는 백화점식, 문어발식의 활동이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단시간에 효율적으로 응집된 힘을 모으는 데는 효과적인 측면도 있는데, 일본 시민사회는 그렇지 못했다.

여전히 지역과 특정한 이슈를 중심으로-심지어 일본군'위안부'문제에서도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 피해자들의 생활을 지원하는 모임, 교류를 지원하는 모임 등 세분화되어 있다.-집중하는 것은 있지만, 공동으로 모여야 더욱 효과적인 이슈에 대해서는 자신이 속한 시민단체(개인이 아니라)가 기꺼이 네트워크로 참여해서 스스로 소속감을 가지는 것에 적극적이지 못했는데, 이것이 변했다는 것이다. 아마 이러한 일본 시민사회의 변화는 2010년 일제의 한국병합 100년을 앞두고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교과서 역사왜곡을 대응활동을 계기로 시작된 한·중·일의 평화포럼이 지난 8년 동안 한·중·일 공동 교재를 만들고, 한·중·일이 어우러진 독특한 평화포럼만의 문화를 만들어 왔던 것처럼, 단시간에 결과를 예측할 수 없지만, 이러한 노력이 지속된다면, 우리 모두가 바라는 공동의 역사인식과 평화로운 동아시아를 기대하는 것이 그리 먼 일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늦은 밤까지 국경을 초월한 한중일 시민사회의 이러한 고민들은 일본의 이자까야(일본식주점) 불빛 아래에서 '건배', '깐뻬이', '깜빠이'를 외치면서 계속 되었다.

※ '역사에세이'는 재단 직원들이 쓰는 자유로운 형식과 내용의 칼럼입니다. _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