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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소식
역사 문화교사 해외 교환 방문 수업 갈등을 넘어 서로 바라보기
  • 박중현 양재고등학교 교사
역사 문화교사 해외 교환 방문 수업

고이즈미를 필두로 아베 신조, 아소 타로 등 극우파 수상의 등장은 동아시아를 역사 갈등의 풍파에 휩싸이게 하였다. 그러나 태풍이 가면 햇살이 돋듯이 동아시아는 지금 새로운 희망을 준비하고 있다. 자민당 장기집권에 종지부를 찍고 등장한 민주당의 하토야마 수상은 취임 일성으로 '동아시아 시대'를 부르짖었다. 오카타 외상은 '한·중·일 공동 교과서'의 제작, 사용을 운운하였다. 동아시아가 담론의 시대를 넘어 현실로 다갈 설 것인가? 그 화두와 희망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역사 갈등의 출발은 후쇼샤판 중학교 역사교과서의 등장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답은 역사교과서, 역사 교육에서 찾아야 한다.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중학교 역사 교과서에 몰입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 할 수 있다. 하나는 지역에서 채택함에 따라 고교보다 채택에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수월성이며, 또 하나는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을 '전쟁이 가능한' 또는 '전쟁을 할 수 있게' 키우려는 것이었다. 1996년 후지오카는 한 신문에 "역사교과서의 현 상황은 중대한 정치 문제이다. 장차 총선거의 일대 쟁점으로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에서 역사교육의 정치적 결합을 유추할 수 있다.

동아시아 평화의 단초는 청소년에게서

그렇다면 역사 갈등의 매듭은 '평화를 지향하는', '상대를 이해하는' 청소년이 풀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북아역사재단이 '역사 문화교사 해외 교환 방문 수업'을 기획·공모한 것은 상대방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확대함으로써 미래를 함께 살아갈 기반을 제공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고 이해했다.

공모를 보고 참여한 학교는 사실 많지 않았다. 국제적 교류라는 것에 대한 부담감, 또 하나는 마땅한 파트너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한편, 상호 간에는 합의를 하였으나 일본이나 중국의 학교 또는 상급 기관이 이를 불허한 사례도 필자가 확인한 것만 여러 건이 었다. 그만큼 아직 동아시아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최종적으로 일본 2팀, 중국 2팀 등 4개 학교가 각각 수업을 준비하였다. 가장 먼저 교환 수업을 실시한 것은 한영외국어고등학교-청도 제2중학교였다. 한국의 외래문화 수용, 사진과 노래를 통한 한국 역사 개괄이 한국 측의 강의 내용이었고, 중국 역사와 중국 문화 이해가 한국에서 한 중국측의 수업 주제였다. 이 수업은 두 학교 교사가 준비한 다양한 사진 자료를 활용하여 학생들에게 양국의 역사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였다. 더 나아가 교사들에게는 수업에 문제의식을 심어주는 계기도 되었다. 양국의 역사 수업을 참관하면서 본인의 수업방향, 자국의 역사교육의 방향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게 된 것이다.

이 부분에서 유념해야 할 점은 한국의 역사과 교육과정 중 '2007년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한국 문화사', '세계 역사의 이해'와 함께 '동아시아사'과목이 개설되었다는 사실이다. '동아시아사'는 일찍이 일본의 양식 있는 학자들에 의해 주장되어 온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교육과정은 만들어졌지만 그 내용과 서술, 이해 방식에는 아직 논란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동아시아사 교육과정의 등장은 동아시아를 이해하는 사고의 틀을 크게 변혁시킬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방문수업에서 나타난 교사의 문제의식은 바로 동아시아적 시각의 함양에 주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역사 문화교사 해외 교환 방문 수업

수학여행과 연계된다면 시너지 효과 클 것

양재고등학교는 동경학예대학 부속고등학교의 교류하였다. 한국의 주제는 난방방식을 통한 상호 문화 이해, 한국의 기후와 생활 방식이었고, 일본은 일본의 생활 속의 문화, 지리와 역사 개관이었다. 난방 방식에서 한국의 온돌과 일본의 이로리, 다다미 등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졌고, 한국의 다양한 문화를 맛깔나게 살펴 볼 수 있는 기회가 일본 학생들에게 주어졌다. 지리 수업과 별도의 특강 시간을 마련하였는데 처음에는 주저하던 학생들이 좀 더 생동감 있게 참여하며, 열심히 필기하는 모습에서 그들의 진지함으로 엿볼 수 있었다.

한편, 양정고등학교와 일본 관동국제고등학교는 '한·일 양국의 역사와 문화교류'를 주제로 교환방문수업을 실시하였다. 이를 통해 한일 양국의 청소년들은 지난 역사에 대한 생각의 차이를 이해하고, 동아시아 공동의 미래지향적 역사의식을 공유하는 귀중한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이번 방문수업 일정의 마지막 주제는 '백제, 중국과 일본을 잇는 징검다리'였다. 공주고등학교와 중국 합비6중학교(고교 교과과정을 가르치는 고등학교에 해당) 간에 진행된 이 수업은 주제에서 풍기듯이 흥미로움 그 자체였다. 중국 남북조와 백제의 교류사를 조망해 봄으로써 한·중·일 관계사의 연결고리를 찾는 작업이었다. 학생들은 백제가 꽃피운 중국문화는 무엇인지, 중국문화를 수용하면서도 독창적인 백제문화를 발전시킨 운동력은 무엇인지, 백제화된 중국문화가 어떻게 일본으로 전파되어 번성하는지 대해 사뭇 진지한 대화와 토론을 이어갔다.

21세기 동북아 공동체의 형성, 적어도 역사 화해의 단초는 역사교육에서 풀어야 한다는데 이의를 달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역사 문화 교사 해외 교환 방문 수업'이 갖는 의미를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업이 수학여행 등과 연계되어 실시된다면 시너지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생각된다.

한계로 한 교사의 이야기에 의하면 열심히 추진을 해서 일본 학교장의 최종 결심만 남았었는데, 그가 동북아 역사재단의 홈페이지를 방문하고는 인상이 나빠져서 결재를 하지 않는 바람에 무산되었다고 한다. 사업의 추진 과정에서 철저함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한국의 행정적인 차원과 함께 교류를 의미 있게 성사시키기 위해 대외적으로는 재단이 측면 지원만 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한 번의 사업으로 배부를 수 없다. 이러한 사업은 양국의 교사가 상대국의 교실에서 수업을 한다는 차원의 의미를 넘어서는 것이다. 교실이라는 공간으로 한정되어 있지만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상대방에 대한 이미지 개선, 함께 호흡할 대상으로서의 공감대 확산 등은 그들이 앞으로 살아갈 미래에 대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재단의 이러한 사업은 일본·중국의 정부, 학계 및 사회에 대하여 던지는 선도적 화해의 메시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