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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소식
동아시아 역사 교과서, 오해와 편견을 넘어서
  • 허영재 컬럼비아대학 국제행정대학원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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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중순께, 가까이 지내던 일본인 동기로부터 어떤 프로젝트를 함께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동아시아 내 국가들은 왜 아직도 서로간에 반목하며 신뢰하지 못하는가'라는 의문에 답하기 위해 각국의 역사 교육을 놓고 비교해보자는 취지라며 동참을 권하였다. 부연해서 설명하길, 2005년 한중일 3국에서 '미래를 여는 역사 – 한중일이 함께 만든 동아시아 3국의 근현대사'(한겨례 출판사)'라는 단행본이 동시 출판되었는데, 동아시아 근현대사가 처음으로 공동 집필되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그것이 각국에서 쓰이는 교과서들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자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동북아 근현대사 전체를 대상으로 비교를 하기로 하였으나 준비 과정을 거치는 동안 중점 이슈는 일제가 미친 피해에 관해 각자 어떻게 다른 관점들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것으로 자연스레 압축이 되었다. 세 개의 세부 주제를 선정하였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일본군 및 일본식민정부가 각국 국민에게 자행한 압정 관련 역사, 둘째는 각국의 저항 및 독립운동 관련 역사, 셋째는 전후 처리 관련 역사가 그것이다.

워크숍은 컬럼비아 웨더헤드 동아시아 연구소의 협조와 조지 메이슨 대학 사학과에 재직중인 박순원 교수의 사회로 지난 4월 16일 컬럼비아 대학에서 열렸다. 최근의 새로운 현상은 아니지만, 동북아시아가 현 국제관계학계에서 떠오르는 관심지역이기 때문인지, 예상보다 훨씬 많은 청중들이 세미나실을 가득 채우는 열기를 보여주었다.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뿐 아니라 교수들, 언론인들이 참여했다.

미래를 여는 역사와 각국의 근현대사 교과서

'미래를 여는 역사'의 가장 큰 특징은 세 국가의 학자 및 교사들이 공동으로 집필했다는 것이다. 저자들 중에는 한국측 저자수가 최다수를 차지한다. 그 때문인지 한국 관련 사실들이 비교적 상세히 기술되어 있고 한국의 관점들이 거의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각 국가 교과서들의 일제 침략 행위 기술 정도를 본 결과 한국 쪽이 가장 자세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사실상 중, 일의 역사가 가미된 부분을 제외하고는 이 책이 한국 교과서들과 많이 다르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참여자들과 청중들이 다소 놀란 것은 중국 역사교과서들의 일제 탄압 관련 기술이 점점 유연해져 와서 현재는 일본 내 주요 교과서들과 거의 비등해졌다는 사실이었다. 중국측 패널을 맡은 참가자는 중국이 전후 복구와 국가 재건에 있어 중국 공산당의 치적을 점점 중시했고, 일제에 고난 당한 내용보다는 극복하는 부분을 더 강조해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만에도 비슷한 변화 기류가 있다는 것이 대만 발제자의 의견이었다. 2000년에 민주진보당이 55년 만에 국민당 정부를 밀어내고 정권을 차지한 이후로 대만의 역사 교과서가 큰 폭으로 수정이 되었고, 그로 인해 대만 내 교사들간에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교과서 수정을 반대하는 측은 현 교과서가 중국 관련 역사를 삭제하려 하며 양안관계의 역사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한편, 수정에 대해 지지하는 측은 새 교과서가 대만의 정체성을 바로잡는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대만 측 발제자는 일제 시절 역사 기술 태도의 측면에서 새 교과서가 이전 교과서보다 훨씬 유연하게 서술하며, 기술 분량의 측면에서는 오히려 일본 내 주요 교과서들보다 더 적은 비중으로 기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일본측 발제

일본 발제자는 일본이 그간 겪어온 역사 교과서에 관련한 크고 작은 사건들을 잠시 소개하고 특히 최근 지역 내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극우익 논리의 교과서들의 문제들을 소개했다. 또한 대부분의 일본 역사 교과서들이 주변 국가들이 기술하고 있는 침략의 역사를 자세히 다루지 않아 국가간 몰이해의 요인을 제공하는 면이 있다고 평했다. 일본 내 교과서들이 한국, 중국, 대만에서 일어난 각종 사건들을 축소 기술하거나 애매한 표현으로 대체하고 또는 아주 탈락시킨 부분 등을 예로 들며 문제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 극우익계열 교과서들의 채택률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과, 역사 교과서를 국가적으로 한 곳에서만 발행하는 한국의 경우나 (국사교과서, 현 근현대사 교과서는 6종이 출간되고 있음) 아직도 정부 영향력이 강한 타 국가들과는 달리 개별 출판사에 최대한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는 것을 들어 일본의 역사 교육계는 건전한 역사 교육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술한 상황들로 인해 중국, 대만, 일본측 발제의 주된 내용은 무엇이 '미래를 여는 역사'에서는 기술되었으나 자국 교과서들에서는 그렇지 않았는지에 대한 것이 되었다. 결국 '미래를 여는 역사'는 일본의 교과서뿐만 아니라 중국, 대만의 교과서들보다 일제 침략과 관련해서 더 자세한 기술을 하고 있는 셈이었다.

중국측 발제

중국 측 발제자는 민간인 대상 폭격이나 731 부대, 종군 위안부 등에 대한 기술이 중국 교과서보다 '미래를 여는 역사'에 더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미래를 여는 역사'는 널리 알려진 난징 대학살뿐 아니라 핑딩산 학살에 대해서도 기술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 책이 항일 저항 역사에 관련하여 중국 공산당의 저항운동을 짧게나마 포함하고 있는 반면, 현 중국 역사교과서들은 대체적으로 그 이후의 역사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보았다. 인상적인 것은 항일 운동 당시 공산당뿐 아니라 국민당의 역할이 매우 지대하였는데 중국에서 그 부분을 기술하는 교과서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흥미로운 것은 만주국이 자행한 경제적 침탈에 관한 내용을 설명하는 교과서 또한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대만측 발제

대만 측 발제자는 '미래를 여는 역사'가 일제의 황국화 사업이나 경제적 수탈을 심도 있게 기술하고 있는데 반해 새로 수정된 대만 교과서는 일제 점령의 긍정적인 측면, 즉 댐과 도로를 만들고 각종 인프라를 강화하며 정부체계를 세우는 등 대만을 근대화한 측면을 추가하였다고 설명했다. 위안부 문제나 난징 대학살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대만 교과서들이 더 상세히 기술하는 부분도 있다고 지적하면서 동아시아의 공통 역사를 기술하는 데 대만의 입장이 빠져있다는 것을 아쉬워했다. 대만 학생들의 참여 여부는 이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꽤 논의가 되었었는데 국제정치적, 역사적 관계들의 영향이 해외 학생 사회에도 반영되는 것을 체험할 수 있었다.

한국측 발제

위에서 서술한대로 한국측의 발제는 조금 양상이 다를 수 밖에 없었다. '미래를 여는 역사'는 일제의 잔학 행위나 일본 군대의 범죄, 독립운동 등에 대해서 국내 교과서들과 거의 비슷한 서술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행사 준비 기간부터 다소 토론이 되었는데, 어느 나라든 정도의 차가 있다 하더라도 자국의 역사 기술에 있어 자국 중심적이고 일부 부족한 부분이 존재하기 마련이라는 가정을 하자는 협의를 한 바 있었다. 우리 입장에서는 교과서 이슈만 제기되면 주로 일본과 타국의 기술을 놓고 문제를 삼으면 삼았지 우리의 기술에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해 본 적이 잘 없기 때문에 그 부분을 먼저 인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한 차원에서 '미래를 여는 역사'와 국내 6종 교과서를 비교한 결과 다음과 같은 주제를 선정할 수 있었다. '미래를 여는 역사'가 한일합병의 불법성을 기술하고 이에 대해 국가간 다른 입장을 소개한다는 점, 한국인들과 협력해 항일 운동을 한 일본인들을 기술하고 있다는 점, 전후 처리 과정의 세부사항과 한계점들을 소개한다는 점, 이상 세가지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였다.

  1. 1. 한일합병의 불법성
    한국의 6종 근현대사 교과서들은 모두 일제의 조선 합병이 왜 의심할 여지 없이 불법이었는지 상세히 설명하고 있는 반면, '미래를 여는 역사'에서는 그 부분을 언급하면서도 일본 학계에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는 설명이 추가되어 있다. 합병 문제가 불법이었는가, 아니면 다소 문제는 있었어도 국제법적으로 합법적이었는가 하는 문제는 그 이후에 일어난 모든 문제들에 관련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동북아 학생들이, 특히 한일의 학생들이 이 부분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 2. 항일운동 협력 일본인 소개
    '미래를 여는 역사'가 일반 국내 교과서들과 다른 특이점 중 또 하나는 한국인들에 협력하여 항일 운동을 전개한 일본인들에 대한 소개가 수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기술은 읽는 학생들로 하여금 과거에나 현재에나 일본에 존재하는 내부 다양성을 조금이나마 알게 해주고 화해의 가능성을 심어주는 부분이라 평했다. 현재 한국 교과서의 2차 대전 기간에 대한 기술은 학생들로 하여금 전쟁을 일으켰던 국가로서의 일본에 대한 비판에서 나아가 일본, 일본인 전체에 대한 적개심을 갖게 할 여지가 있어, 자칫 이에 대해 지나친 배타심과 민족주의적 자세를 갖게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역사 문제로 인한 갈등을 계속적으로 해결하기 어렵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교과서 기술의 변화는 어디까지나 먼저 일본으로부터의 솔직한 과거 반성과 진정성 있는 화해 제스처가 나온 후에야 그 시도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3. 3. 전후 처리 문제에 대한 언급
    마지막으로 소개한 차이점은 '미래를 여는 역사'가 국내 교과서들보다 도쿄재판이나 샌프란시스코협약과 같은 전후 처리 과정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미래를 여는 역사'는 단순 사실에 대한 기술뿐 아니라 그 과정들이 내포했던 한계들을 설명하고 그것들이 향후 진행된 동북아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설명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도쿄재판과 샌프란시스코 협약에서 한국과 중국의 참여가 배제되었다는 사실이나 전후 처리 과정이 비(非)동아시아 국가들의 이익관계에 따라 진행되었다는 것 등은 이후 이어진 역사에 관련해서도 상당히 중요한 이슈라고 볼 때, 한국 교과서들이 이에 대해 거의 전무한 기술을 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교과서들의 이러한 경향은 역사를 다루는데 있어서 국제주의적인 시각이 부족한, 일국사적인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더하여 평가했다.

토론

각 측 발제 이후 패널들과 청중들이 다양한 의견들을 나누었다. 일부 중국 출신 학생들은 '역사 문제가 국내 정치에 있어 유용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인상적인 주장을 냈다. 이에 중국측 패널은 '역사에 관련된 지역 내 오해가 국내정치적인 필요에 따른 결과물'이라고 평가하면서 같은 입장을 취하였다. 대만 학생들은 '역사 관련 문서들이 정치적인 요인으로 인해 공개되지 않아 연구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의 큰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하였고, 이에 대만 측 패널은 장개석의 유물들이 대학 등에 공개되어 있는 반면 모택동의 일부 자료들은 아직 비밀로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정치적 부분의 개선을 논한 중국과 대만 측에 비해 한국과 일본 학생들은 민간 부분을 강조하며 지역 내 문화적 교류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행사에 참여한 한 일본인 학생은 그 부분이 한일간 비자면제나 근로장학생 제도의 시행 목적 중 하나였다고 말하면서 양국간의 임금 문제 등으로 인해 교류학생 숫자에 큰 차이가 있는 부분을 해결하는 등의 강화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일간의 교환 수학여행이 큰 역할을 한다고 지적한 한 학생은 그러한 프로그램이 중국과도 확대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참관했던 학생들의 대략적인 반응은 동아시아 각국이 같은 역사에 대해 미묘하지만 중대한 인식차이를 가지고 있었던 것을 알고 확인하게 된 것이 새로운 경험이라는 것이었다.

맺는 말

행사를 준비하면서 필자를 포함한 중국, 대만 측 참여자들이 공통으로 느낀 점은, 이러한 행사에 대한 제안을 일본 학생들이 해주었다는 것이 반갑고 일정 정도 고마운 마음까지 들었다는 것이었다. 행사에 참여한 일본측 학생들은 일본인이지만 다국적 가족에서 자랐다던지, 인생 중에 역사 문제를 비판적으로 조명해 보는 특별한 기회를 가졌다던지 하는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면서, 아직도 대다수의 일본인들은 동아시아의 근현대사 문제에 대한 관심이나 이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하며, 그 부분이 개선되지 않는 한 지역 내 상호 이해와 협력은 언제까지나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준비 기간 중 일본측 참여자들로부터 일본은 교과서 집필에 있어 국가의 관여를 최소한으로 하려 노력하며 출판사간에 선의의 경쟁이 있기 때문에 더 건전한 역사 기술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다소 볼멘 소리로 반박을 하던 필자 스스로의 모습이 기억이 난다. 출판사간 경쟁이라는 것은 사실상 책을 더 많이 팔기 위한 경쟁을 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갈수록 역사를 읽는 사람 입장에서 읽기 편하도록, 즉 덜 불쾌하도록 적어서 판매하고자 하는 것이 기본적인 욕구 아니겠느냐고, 실제로 일본 내 교과서들의 서술 태도가 그런 이유로 유연해져 온 것이 아니겠느냐고 반박하자 한 일본 학생은 필자를 진정시키며 일본의 전후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그 상황인즉슨 2차 대전 직후 지식인들을 포함한 일본 대중이 국가가 역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함으로써 국민들을 선동하여 참혹한 전쟁을 일으켰다고 믿었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도 국가의 역사문제 간섭을 차단하려 해왔다는 것이었다. 특히 이러한 움직임을 주도한 좌익계열 교사들이 전후부터 지금까지도 역사 교과서 문제에 관련해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국민 지지 또한 받아 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일본 교과서 문제에 관여하고 있는 것은 일부 우익들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위의 대화를 통해 놀라며 깨달은 것은, 필자 본인도 전체적인 사실 관계를 다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전에 형성된 감정에 의해 근거가 분명치도 않은 적대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우리는 이러한 비생산적인 오해와 적대가 지금도 동아시아 국가들 간에 매일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 거창한 국가간 정치적, 경제적 대립뿐만 아니라, 대만-한국 언론사들간의 날조 기사 소동, 베이징 올림픽 기간 중 중국인들의 반한 감정 표출사건, 중-일간 불량 식품 사건 등과 같은 일상적인 문제들에 관련해서도 필요 이상의 감정적인 대립들이 끊이지 않는 현 상황의 이면에 역시 역사 이해의 차이에서 시작된 상호간의 몰이해가 그 근원적인 근거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한중일3국공동역사편찬위원회는 '미래를 여는 역사'의 공동집필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하고 미국의 일부 학자들 중에서도 비슷한 시도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부디 이러한 노력들이 지속되어 늘 갈등과 긴장에 놓여 온 동아시아의 안정과 협력에 기여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