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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Q&A
'경술국치' 관련 용어들
  • 장세윤 역사연구실 연구위원

Question

1910년 국권을 박탈당한 경술국치를 두고 합병, 병합, 합방, 병탄 등 여러 가지로 부르는데 각각의 뜻은 무엇인가? 또 어떻게 부르는 것이 바람직한가?

Answer

합방은 둘 이상의 나라를 한 나라로 합친다는 뜻이다. 친일파 이용구(일진회 회장) 등이 '한일합방 청원서'에서 '합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합방'은 한·일 양국이 대등한 자격으로 '합친다'는 개념으로 일진회측은 한·일 '연방제' 실현을 촉구한 것이었다. 그러나 일본은 이를 무시하고 한·일 양국의 대등한 '합방'이 아닌 일본에 의한 대한제국의 병합, 즉 한국의 폐멸을 의미하는 '병합' 용어를 사용해 고착시켰다.

병합은 사전적으로는 둘 이상의 기구나 단체, 나라 따위를 하나로 합친다는 뜻이다. 소위 '한국 병합조약' 전문과 제2조에서 '병합'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1910년 당시 일본 외무성 정무국장을 맡고 있던 구라치 데쓰키치(倉知鐵吉)가 창안했다는 설이 있다. 한편 '병합'은 한국을 식민지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일본 정부가 의도적으로 만든 용어라는 주장도 있다. 일본에서 출간된 《이토 히로부미전(伊藤博文傳)》에 따르면 "대한제국을 없애고 일본의 일부로 된 뜻을 밝히면서도 동시에 과격하지 않은 단어를 찾던 중 일반적으로 쓰지 않는 병합이라는 새로운 문자를 문서에 사용하였다"고 밝히고 있는 것이다.

합병 역시 둘 이상의 기관이나 국가, 사물 등을 하나로 합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국제법상 영토권 취득의 한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즉 한 독립국이 다른 나라에 병합되는 것, 또는 타국을 합쳐서 하나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일본은 '병합'과 더불어 '합병'이란 용어도 사용했으나, '병합'으로 정착시켰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통령을 지낸 민족사학자 박은식은 1915년 발간한 《한국통사》에서 1910년 8월의 조약을 '합병늑약(合倂勒約)'으로 표현하였다.

이 밖에 병탄은 '함께 삼킴' 또는 "다른 나라를 강제로 제 나라에 합쳐 종속시킴"이라는 뜻이다. 올바른 용어이지만 일반인이나 학생들이 이해하기에 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강점도 자주 쓰인다. 남의 영토나 물건 등을 강제로 차지한다는 뜻이다. 일본의 한국 식민지 지배 본질을 표현한 것으로 '일제강점(기)'는 정부와 학계, 교과서 등에서 자주 사용하고 있다.

1910년 8월 22일 '체결'되고 같은 달 29일 공포된 조약의 명칭과 이 사태에 대한 견해도 다양하다. 일본은 주로 '일한 병합조약'이라 써왔고, 한국에서는 주로 '경술국치(조약)', 또는 '한일 병합조약'을 썼는데, 일부에서는 무의식중에 '한일합방(조약)'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일 강제병합' 또는 '한국 강제병합' 등으로 정착되는 추세다. 그러나 '병합조약'은 결코 성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잘못이라는 주장도 있다. 독립운동가들이나 우리 선열들이 이를 '조약'이 아니라 '경술국치'라 호칭했던 배경이기도 하다.

요즘에는 '한일 강제병합'과 '일본의 한국 강제병합'이 주로 사용되고 있는데, 모두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그러나 '한일 강제병합'은 간결한 반면, 주체와 객체가 명확치 않다는 약점이 있다. 따라서 객관적 용어는 '일본의 한국(대한제국) 강제병합'이 타당하다고 본다. 다만 '일본의 대한제국 강제병합'은 다소 장황하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