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간의 역사문제라고 하면 흔히 '동북공정'을 말하지만 동북공정이 '東北邊疆歷史與現狀系列硏究工程'의 줄임말이며, 이 연구공정은 2007년에 종식되었다는 사실까지 아는 이는 드물다. 나아가 최근 중국의 '역대 만리장성 총 길이' 발표를 두고 동북공정의 후속작업이라는 평가까지 있고 보면, 동북공정이 본래의 의미를 넘어서서 널리 쓰이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동북공정은 무엇이며, 그 사업이 종료되었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중 간 역사문제는 또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동북공정의 실체에 대한 상세하고 알기 쉬운 답변서
이번에 재단이 펴낸 《한중역사현안 바로알기》는 바로 이러한 궁금증에 대한 상세하고도 알기 쉬운 답변서이다. 이미 재단은 동북공정의 실체에 대해 지난 2007년과 2009년(증보판), 두 차례에 걸쳐 《동북공정 바로알기》 책자를 펴낸 바 있다. 이 책자들은 관련 내용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있던 많은 이들에게 꽤 유용한 참고자료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추가로 인쇄한 책자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 동이 날 정도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추가 제작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는데, 역사연구실 연구위원 전원으로 구성된 기획회의에서는 새로운 제작본은 기존 판의 추가 제작이 아닌 전면 개정판이 되어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것은 기존 판이 '동북공정이 무엇인가'를 알리려는 목적으로 제작되어, 사업 종료 이후의 이른바 '포스트 동북공정'이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다만, 동북공정과 후속의 상황들이 서로 유리(遊離)된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흐름을 함께 하는 것이기에 기존 판의 체제는 최대한 유지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동북공정의 변화상을 기술하기 위해서는 많은 부분을 고쳐 써야 했고 전부를 새로 쓴 부분도 적지 않다.
내용의 변화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부분을 담당자가 선정하고 이를 전공분야 별로 나누어 각 연구위원에게 집필과 수정보완을 맡겼다. 각 연구위원들이 집필한 부분을 모아 열었던 윤독회의에서는 다양하고도 열띤 논의가 모아졌다. 이 자리에서 잘못 사용된 용어의 교정, 연도나 횟수의 오기, 표현의 경중에 이르기까지 많은 수정 사항이 지적되었고 보완이 이루어졌다.
동북공정은 종료되었지만, '동북공정식' 역사연구는 진행 중
책자 전체를 통해 강조하고 싶었던 내용은 동북공정 사업은 이미 종료되었지만, 이른바 '동북공정식' 연구와 역사인식은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사실이다. 과거 사업기간 중에는 중앙의 사회과학원 변강사지연구중심이 사업의 주체가 되었지만, 현재는 동북3성의 사회과학원과 대학 및 연구소가 그 역할을 떠맡고 있다. 또한 '동북공정식' 연구도 사업 초반에 제기되었던 상투적인 논리 대신, '요하문명ㆍ' '장백산문화' 등 지역 전체를 아우르면서 통시대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거나, 만주 지역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고구려인 대신 '숙신-읍루-말갈-만주족으로의 계승발전을 강조하는 등 변화의 흐름이 엿보인다. 이러한 변화의 양상은 동북공정 초기, 이 연구공정은 '고구려사 빼앗기'라고 이해될 정도로 고구려사가 동북공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는 점만을 알고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중국의 접근방식과 연구내용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와 있는 것이다.
본 도서에서는 중국의 역사왜곡 문제들은 주제별로 나누어 문제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것은 기존 판의 체제를 따른 것이면서도 '알아볼까요?' 코너를 곳곳에 배치, 내용 이해에 필요한 지식을 하나의 지면에서 얻을 수 있도록 하였다. 한중 간 역사 문제에는 고대사로부터 현대사까지 포함된다. 이에 고조선사로부터 부여사, 고구려사, 발해사, 백두산 문제를 주제로 뽑고, 중국의 주장과 우리의 견해를 구분해 기록해 두었다. 두 가지 주장을 대조해 보면서 독자 스스로 판단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라는 의도이다.
필자는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자가 읽히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중국의 역사왜곡을 막으려면 고구려사를 지키면 된다거나 역사와 관련 있는 문제라면 무조건 동북공정이라고 하는 섣부른 판단과 이해가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