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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소식
동아시아 수업교안 공모전에 참가하며…
  • 김정미 부산서여자고등학교 교사

2012년 11월 어느날 우연히 공문 하나를 접하게 되었다. 다름 아닌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주최하는 동아시아 수업교안 공모전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그때 나는 2학기 들어 처음 시작한 동아시아 수업과 관련된 노력의 결실을 보여주고 싶은 충동이 생겼고, 처음 시작했던 그 시점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동아시아 교과서》와의 첫 만남

2012년 2학기 들어 처음 맞이하는 《동아시아 교과서》, 배우는 학생들이나 가르쳐야하는 교사나 생소하고 낯설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무런 정보가 없던 처음엔, 매년 가르쳐왔던 세계사의 축소판이겠지라는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교과서를 펼쳤다. 하지만 첫 소감은 요즘 아이들 표현으로 하면 '멘붕(?)'이었다. 교과목명이 가져다주는 생소함은 접어두더라도 가장 당황스러운 것은 처음 접하는 '베트남사'였고, 두 번째 당황스러운것은 '주제별 접근'이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4개 국가의 역사를 종합해서 말이다. 다시 초임 발령 때 수업을 준비하던 모습으로 되돌아가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만큼의 여유도, 열정도 없어져가고 있다. 학교 업무에 담임업무, 방학 중 보충수업으로 시달리다보니 시간은 훌쩍 지나 아무런 준비 없이 2학기 수업을 맞이하였다.

일주일에 6차시, 정말 벅찬 하루하루였다. 갈수록 역사과목이 수능과목에서 소외받는 현실에서 동아시아사는 새 교육과정에서 유일하게 끌고 갈 수 있는 역사과목이다. 만일 내가 수업을 소홀히 한다면 이 과목마저 존폐의 위기에 처한다는 무언의 압박감을 느끼며 수업은 시작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른 역사과 교사에 비해 최근 몇 년간 계속해서 세계사를 가르쳐온 터라 배경지식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주제별 접근이라는게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그때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학생들을 수업에 적극 참여시키면 어떨까 하는 것이었다. 즉, 동아시아 국가의 역사, 인물, 문화, 생활 모습 등을 탐구하여 본인이 관심을 갖는 주제 하나를 선정하여 발표하게 하는 것이었다.

다행히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역시 학생들은 우리보다 창의적이고 정보 수집력이 뛰어났으며, 아이디어가 번쩍였다. 청출어람이란 고사성어는 진리였다. 예를 들면, 각국의 종교를 표현하기 위해 본인이 직접 UCC를 만들어 보여주었고, 축구를 좋아하는 아이는 각 국가의 축구 역사를 전문가 수준으로 전달하였다. PD가 꿈인 아이는 각 국가별 위인의 스토리를 e채널 형식으로 프로그램을 재구성하여 제시하였으며, 드라마를 좋아하는 한 학생은 각 국가별 드라마와 국가의 특징을 비교하여 설명하였다. 그 외에도 각국의 생활문화 비교체험, 건국신화를 통해서 본 각 국가의 공통점과 차이점, 영토갈등, 각 국가의 교육체제 비교 등 정말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고,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였다.

학생들의 주제별 발표를 통해 얻은 성과

학생들의 주제별 발표를 통해 얻은 성과는 다음과 같다. 우선, 동아시아사라는 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를 자연스럽게 유발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딱딱한 지식전달 내용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교과라는 것을 직접 느끼게 하였다. 둘째, 우리나라를 둘러싼 동아시아 국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게 하였다. 자신이 주제를 연구하고 발표하는 과정을 통해 각국의 차이점을 자연스럽게 인정할 수 있고, 공통점을 통해 서로의 공감대를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셋째, 학생들은 수업에 대한 관심도와 참여도가 높았고,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하여 각 주제마다 다함께 고민하고 지식을 공유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넷째, 가르치는 교사의 입장에서도 학생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이렇게 학생들의 주제별 발표를 통해 단시간에 엄청난 자료를 모을 수 있었던 것같고, 동아시아 과목을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서서히 답을 찾아갈 수 있었다.

'동아시아 수업교안 공모전'이 나에게 남긴 것들

한 학기 시행착오를 겪으며 수업의 마무리를 지을 시점에 진행된 '동아시아사 수업교안 공모전'은 나를 다시금 되돌아 보게 하였고, 동시에 앞으로 어떻게 수업을 진행해야 할지 고민하게 해주었으며, 한 학기 수업한 내용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부끄럽고 미흡한 것이지만, 나는 아이들의 작품을 보여주고 싶었고, 나를 평가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것도 핑계 아닌 핑계이겠지만, 11월 말, 각종 보고, 시험 등 여러 이유로 많은 것을 준비하지 못하여 결국 한 단원만 선택하였고, 부랴부랴 교안을 짜서 제출하고 말았다. 그래서 재단에 바라는 점이 생겼다. 수업교안 공모전을 학기 초에 제시해준다면,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계획성 있게 만들어 질 높은 수업자료를 모을 수 있지않을까 생각해본다. 아무튼 이번 기회를 통해 나는 역사교사 13년 만에 내 수업의 뭔가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 받았다. 어디 내놓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자료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조금마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도 해본다. 그리고 이 기회를 통해 나도 다양한 수업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아울러 역사교사로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많이 제공되어, 자신의 수업에 대한 반성및 다양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더불어 3번 탈락하고 드디어 행운을 얻게 된 동아시아교원연수는 부산에서 상경하여 들어도 절대 아깝지 않을 만큼 가치 있는 연수였다.

나는 이 연수를 통해 역사교사로서 고민하던 문제도 공유할 수 있었고, 앞으로 역사교사로서 살아가야 할 길을 찾게 된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었다. 역사교사로서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 준 동북아역사재단에 깊이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역사교사의 사기진작과 정보공유 및 역사교육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시해 주셨으면 한다. 특히 방학 중 전문가 특강 연수 등을 제공해주신다면, 부산에서라도 언제든지 달려가서 참여할 것이다.

* 편집자 주 : 재단은 작년 11월 말 동아시아사 과목 담당 또는 관심있는 중등학교 역사교사들을 대상으로 ‛동아시아사ʼ 수업 교안 공모전을 개최하였다. 우수상을 받은 김정미 선생님의 수상소감을 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