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역사재단은 사단법인 동해연구회 및 터키 이스탄불대학교와 공동으로 지난 8월 22일부터 24일까지 터키 이스탄불에서 『제19회 동해 지명과 바다 이름에 관한 국제세미나(The 19th International Seminar on Sea Names)』를 개최하였다. 우리 재단은 2007년부터 동 세미나를 공동개최해오고 있다. 매년 세계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개최되는 이 세미나는 금년에는 아시아와 유럽이 만나는 곳, 한때 그리스·로마, 오스만 문화의 중심지이자 흑해와 지중해가 연결되는 지점인 보스포러스 해협에 위치한 이스탄불에서 바다이름에 관한 세미나가 개최되어 더욱 뜻이 깊었다. 8월 22일 오전 9시 이스탄불 힐튼호텔에서 동해연구회 박노형 회장의 개회사로 행사가 시작되었고, 석동연 재단 사무총장의 기조연설이 이어졌다. 석총장은 기조연설에서 이번 행사 개최의 의의와 더불어 동해표기문제 관련 국제사회에서의 논의현황 등에 대해 설명하며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지를 촉구하였다.
이스탄불 동해 지명 세미나에 14개국 30여명 전문가 참가
이스탄불 국제 세미나는 동해(East Sea) 명칭을 국제적으로 표준화하기 위해 관련 논의를 확산하고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개최하였다. 올해는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터키, 알제리, 에티오피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미국 등 14개국에서 지리학, 지명학, 지도학, 국제법 분야의 전문가 30여명이 참가하였다.
이번 세미나에는 유엔 지명전문가그룹 의장을 역임한 피터 레이퍼, 유엔 지명전문가 브라힘 아투이, 오스트리아학술원 교수 이졸데 하우스너, 브뤼셀 자유대학교 교수 에릭 프랑크, 이스탄불대학교 체즈미 에라슬란,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이기석 서울대 명예교수, 전태동 이스탄불총영사, 서대원 전 헝가리 대사, 김영원 전 네덜란드대사 등이 참가하여 진지한 토론을 가졌다.
하우스너, 유엔 차원에서 지명 병기원칙 도입을 주장
특히, 이번 세미나에서는 <바다 이름 제정의 개념적 논의> <동유럽 사례로 본 바다 이름, 국경 이슈, 영토분쟁> <동해명칭에 대한 관점> <아프리카와 중동의 관점, 지리교육에 있어 지명과 국경 이슈> 등의 주제와 관련하여 논문발표와 토의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오스트리아 지명전문가인 이졸데 하우스너는 '유럽의 지명 병기 원칙과 규칙'이라는 주제하에 유럽 국가의 지명 병기 원칙을 소개하고 유엔도 이러한 원칙을 만들고 지명의 병기에 대한 정의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는 유럽 해역명칭 복수지명, 즉 발트해 연안국가와 독일,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위치한 해역 명칭들을 사례로 설명하였다. 또한, 현재 지명의 병기(dual naming)에 대한 용어 정의가 명확히 확립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복수지명(multiple naming)에 대한 검토를 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일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한편, 독일 예나대학교의 크리스토프 바아크는 유럽연합(EU)의 확대로 인해 동유럽 국가간 경계와 관련하여 국경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하였다. 다양한 사례연구 결과, 국경 분쟁지대는 초국경 협력을 증진시키는 데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웃 국가간 상호불신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동합의를 바탕으로 경계문제가 해결되어야 하고, 그런 다음에야 비로소 지역발전을 위한 성공적 초국경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수단 지리원의 압둘라 엘사딕 알리는 '해양명칭 분쟁의 문화적 사회적 역사적 양상'이라는 주제로 발표하였다. 그는 현재 해양지명의 분쟁은 곳곳에 존재하고 있으므로 세계 평화와 안보 유지를 위해 국제사회는 다양한 수역 명칭에서 비롯되는 갈등을 완화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데 있어서는 인류 문화, 사회적 다양성, 공통의 역사등을 중요한 요소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 제시했다.
이상균 연구위원, 비정상적 일제 강점기하 '일본해' 확산을 비판
동해명칭과 관련하여 재단의 이상균 연구위원이 주제발표를 하였다. 이 연구위원은 동해표기 이슈를 한반도와 일본열도 사이의 해역에 한정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연구의 범위를 서구의 열강들과 일제의 패권다툼의 장이었던 태평양으로 확대하면서 동해표기의 논점을 해양의 지정학으로부터 바다이름의 지도학적 측면에서 다루었다. 특히,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에 걸쳐 일본의 팽창주의 정책이 자국내 지도제작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면서 일제강점기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일본해 명칭이 세계적 표준으로 자리잡은 상황을 역사적 맥락에서 파악하고, 그로 인하여 상실된 한국의 바다명칭을 회복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지명 병기에 대한 논의 및 공감대 확산 등 의미 깊어
금번 세미나 논의 의의를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볼 수 있겠다. 우선, 지명의 병기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졌고 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세계 변화와 함께 복수지명 표기의 필요성이 증대되는 가운데 일부 국가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또한, 각 문화권, 언어권에서 사용하는 지명을 존중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이에 따라 지역의 평화를 추구하기 위한 방법으로 지명 문제의 조화로운 해결이 필요하다는 데 전반적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해양명칭 명명과 관련된 새로운 국제기구 결의, 지명의 병기에 대한 용어 정의 확립 등이 제안되기도 했다.
동해 표기문제에 대해서는 보다 객관적 관점에서 한·일 양측의 논거에 대한 비판적이고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한 문제 해법 모색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그리고, 금번 세미나에는 동유럽, 아프리카 등으로부터 여러 국가에서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처음 참가함으로써 지명문제 관련 저변 확대와 논의 활성화에 기여했다고 본다. 해양지명에 관한 국제학술회의로 확고히 자리매김한 것으로 평가되는 '동해 지명과 바다 이름에 관한 국제세미나'는 내년에 2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더욱 의미있고 뜻깊은 행사라 되리라 기대한다. 끝으로 이번 세미나 준비를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은 동해연구회 박노형 회장, 주성재 부회장 및 여러 관계자들께 감사드리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