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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소식
"올바른 한·중 교류"를 위한 나침반
  • 글 | 차재복 정책기획실 연구위원

재단은 지난해 12월 23일 서울에서 중국사회과학원(사회과학문헌출판사, 한국연구중심) 한국현대중국연구회와 함께 '2014 한중인문학술교류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서울 포럼은 '2013년 베이징 중한인문학술교류 포럼'에 이어 열린 것으로 "동아시아 국가 간 올바른 소통과 상생을 위한 한·중 관계"를 대주제로 한·중 양국 전문가 31명이 참여하여 제1세션 ('동아시아 소통을 위한 올바른 한중 인문교류')과 제2세션('동아시아 상생을 위한 한중관계')으로 나누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이번 포럼에 참석한 중국학자들은 시종일관 이석 없는 깨끗한 회의 매너와 더불어 준비해 온 발표문의 진실성을 보여주었다.

필자가 지켜 본 이번 포럼의 중심 단어는 "올바른 교류"였다. 사전에는 교류의 뜻을 "근원이 다른 물줄기가 서로 섞여서 흐름 또는 그런 줄기"라고 풀이하면서 "문화나 사상 따위가 서로 통함"으로 해석하고 있다. 국제관계에서 교류, 즉 한·중, 한·미, 한·일 교류 등을 논할 때 일반적으로 국가 간 물적· 인적 교류를 우선한다.

지난 한 해 동안(2014년 1월~11월까지) 한국과 주요 국가 간 교역량은 어떠했을까? 한국무역협회 통계자료에 따르면 한-중은 2643.8억불, 한-미는 1054.9억불, 한-일은 791억불 순이었다. 그리고 2013년 한국을 찾은 외국인 총 10,678,334명 중 중국인은 36.7%(3,923,190명), 일본인은 25.4%(2,715,451명), 미국인은 7.0%(743,017명)이고, 유럽 국가군은 5.6%(593,863명) 순이다. 이처럼 한국과 물적 교류가 가장 왕성하면서 인적 교류에서도 뚜렷하게 증가한 국가는 단연 중국 43.6%(1,192,069명)이다. 게다가 한중 양국은 수교 22년만인 2014년 11월 10일에 한-중 FTA에 대한 실질적인 타결을 선언했다. 이는 앞으로 한중간 "교류"의 '가속화'와 '확대'로 이어질 것임에 틀림없다.

중·일 수교 40년에서 얻는 교훈

주의할 점은 국가 간 교류 가속화와 확대 이면에는 동전의 양면처럼 필연적으로 긍정과 부정, 갈등과 협력 요인이 동시에 출현한다는 것이다. 한·중 관계와 중·일 관계는 여러 측면에서 흡사한 부분이 많다. 중국과 일본은 1972년에 국교를 정상화하였고, 한국과 중국은 1992년에 수교하였다. 중-일 관계와 한-중 관계에는 20년차가 있고, 중일 국교정상화부터 전반기 20년과 후반기 20년 반환점 구분은 한중 관계에서 전반기 20년과 후반기 20년 전환기에 주는 교훈은 실로 크다. 전후 중일 관계는 선진국과 개도국, 원조와 피원조 관계라는 특수성이 있긴 하지만 1972년부터 1992년 일왕이 중국을 방문할 때까지는 그야말로 우호와 협력에서 크게 이탈하지 않았다. 하지만 후반기 20년 즉 199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중일 관계는 전반기 20년 보다 훨씬 교류가 왕성하지만, 양국 관계는 우호와 협력 대신 갈등과 대립 요인이 부각되어 두 나라 관계는 비정상적인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중 수교는 중·일 수교보다 20년이 뒤졌지만 현재 한·중(2643.8억불)과 중·일(2847.4억불)의 교역액은 엇비슷하다. 이 통계는 그야말로 한·중 관계가 비약적으로 발전했음을 방증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간 한·중 관계를 돌아보면, 동북공정(2002), 마늘분쟁(2004), 김치파동(2005), 문화원조 시비(2005), 천안함·연평도 사건(2010)을 둘러싼 안보 갈등으로 심하게 홍역을 치르기도 하였다. 중국은 근래 해양이 중요하다는 기치를 높이 내걸고 국가해양국을 신설하면서 불현 듯 중국방공식별구역(CADIZ)을 한국과 사전 논의 없이 임의로 설정하였다. 앞으로 한·중 해상경계획정과 이어도를 둘러싸고 중국의 일방적인 주장이 터져 나올지도 모른다.

앞서 언급한 중·일 국교정상화 이후 40여년에 걸친 두 나라의 발전과정과 한·중 수교 후 20년에서 보듯, 교류 증대가 반드시 발전에 순기능을 한다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경제교류 분야에서 규모로는 한국은 중국의 제3 교역국이고, 중국은 한국에게 제1 교역국이다. 한국과 중국은 경제적으로는 분리할 수 없는 환경이다. 중국학자들도 그렇게 표현하고 있다(韩国离不开中国,中国也离不开韩国). 따라서 향후 한·중 관계가 계속 선순환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이번 포럼도 그런 노력 중 하나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한·중 관계와 동북아역내에 갈등 요인이 잠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민)은 상호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두고 학술적으로 진단해보는 자리였다.

잠복한 갈등 요인 극복할 지혜는 '신뢰구축'

재단 김학준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2013년 6월 북경 정상회담 후 지금까지 5차례나 회담하면서 매번 인문교류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한·중 양국 유관 싱크탱크와 전문가들은 양국민의 바람직한 인문교류 활성화를 위해 그 기반을 만들고 동시에 올바른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 역할을 할 한중인문학술교류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중국사회과학원 양췬(楊群) 총편집장은 한·중 관계가 지난 20여 년 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했음을 보여주는 분야별 통계를 언급하면서 향후 "한·중 관계가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고 내실 있게 발전하기 위해 한중인문학술교류에서 양국 전문가 집단이 가교 역할을 할 것"을 건의했다. 그리고 중국사회과학원 국제협력국 쟈리(賈俐) 처장은 하루 종일 회의를 지켜보면서 총평 발언에서 적극적인 토론을 개진하였는데 "관계가 좋을 때는 신뢰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면서 모든 관계의 기본인 신뢰구축의 중요성을 환기하였다.

2013년 북경포럼과 2014년 서울포럼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도출한 동 포럼의 지향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중인문학술교류가 미래 한·중 관계 40년의 기반이 되어 중·일 관계 40년 전철을 밟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둘째, 동 포럼은 한·중 국민의 인문교류가 두 나라 관계발전에 순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학술적 진단을 거친 올바른 방책을 건의하는 것이고, 셋째, 동 포럼은 한·중 간 기하급수적으로 증대하는 물적·인적 "교류"으로 생기는 마찰음과 역기능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학술대화 채널을 구축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