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2∼23일, "한일협정 50년의 성찰과 평화공동체의 모색"을 주제로 한 국제학술회의가 열렸다. 재단은 20 11년부터 2014년까지 일본군'위안부' 및 일제강제징용 피해 등 일본의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 및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에 대한 '식민지' 책임과 한일협정체제를 재조명하고, 2011년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2012년 대법원 판결의 향후 과제에 대해 검토해 왔다.
올해로 5년차인 이번 국제학술회의는 한일협정 체결 50주년을 맞아 지난 4년간 규명해 온 역사적 진실과 국제법적 정의의 토대 위에서 "한일협정 50년의 성찰과 평화공동체의 모색"에 관한 종합적 검토와 방향성 제시가 긴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기획되었다. 회의는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한일협정 체결 50년의 성찰, 국제법학에서 본 일제 식민지 책임, 한일협정체제와 남겨진 과제, 한일협정의 현재와 평화공동체의 미래, 동북아평화공동체의 모색과 전망 등 5개의 세션과 종합토론으로 나눠 이틀간 열렸다.
일제 식민지배·침략을 체험한 양국 원로의 기조강연
지익표 대일민간법률구조회 초대회장과 아라이 신이치(荒井信一) 스루가다이대 명예교수는 일제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을 직접 체험한 양국의 원로 법률가이자 역사학자다. 양국의 원로는 6월 22~23일 이틀 간 각각 한일협정 50년의 성찰과 평화공동체의 과제에 대한 기조강연으로 회의의 문을 열었다.
이어서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역사인식을 비판하는 세계 역사학자들의 공동성명을 주도한 알렉시스 더든(Alexis Dudden) 미국 코네티컷대 교수는 '일본의 식민책임 그리고 역사와 법에 있어서의 '위안부' 문제'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일본은 극악무도한 인권 범죄에 대해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필자는 '한일협정 50년의 성찰과 양국 사법판결의 과제'를 주제로 일제 식민피해자의 구제를 위한 한국 사법부의 판결과 국제적인 경향을 조명하고, 인류 보편적 가치로서 인권존중을 전제로 하는 적극적 평화(positive peace) 정립을 강조했다. 한국에서의 판결과 논의를 분석한 마광(馬光) 절강대학 교수는 '일제 피해자 권익구제의 한국판결이 중국에 주는 시사점'으로 중국법원도 역사적 사명에 입각해 법에 의한 사건 수리와 정확한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피력했다.
제2세션에서 마에다 아키라(前田朗) 도쿄조형대 교수는 '국제형법에서의 식민지 범죄와 인도에 대한 죄'를 주제로 한 논문에서 1995년 유엔 국제법위원회에서 삭제된 식민지 범죄 개념은 이후 식민주의 청산과 헤이트 스피치 규제 등 전세계적인 과제로 확대되었음을 논증했다. 석광현 서울대 교수는 '일제 식민지 불법행위에 대한 국제사법적 검토'를 통해 한국의 헌법정신과 양립할 수 없는 일본의 불법지배로 인한 법률관계의 효력 배제를 선언한 점에서 대법원 판결의 의미를 부여했다. 관젠챵(管建强) 중국 화동정법대학 교수는 '민간 전쟁피해자의 권익구제의 권리와 의무 주체의 연구'를 통해 일본과 달리 한국은 국제인도법의 실행에 있어 권리와 의무의 주체로 이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제3세션에서 '한일회담 문서의 공개를 요구하는 모임'의 이양수 사무차장은 10년에 걸친 재판을 정리한 발표를 통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일제 피해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1923년 일본 관동대학살 당시 자경단에 피살된 강대흥 씨의 신원을 확인한 이진희 이스턴일리노이대 교수는 탈식민, 탈냉전시대의 식민주의 폭력 청산을 위한 협력과 연대가 긴요함을 강조했다. 히구치 나오토(樋口直人) 도쿠시마대학 교수는 '역사 수정주의와 배외주의'에 대한 주제발표를 통해 식민주의와 냉전에 입각한 일본형 배외주의가 재일코리안을 표적으로 삼은 이유가 일본의 식민지 역사를 부정하려는 욕망의 표출이라고 분석했다.
6월 23일 제4세션에서 도츠카 에츠로(戶塚悅朗) 前 변호사는 1963년 유엔 국제법위원회 보고서를 근거로 절대적 무효인 1905년 을사늑약과 1910년 한국강제병합에 관한 반성과 사죄조차 없는 상태에서 1965년 국교정상화로 남겨진 일본의 식민지 지배 책임 청산을 촉구했다. 오타 오사무(太田修) 일본 도시샤대학 교수는 식민지 지배와 전쟁 책임이 청산되지 못한 원인으로 '한일협정 해결완료론'을 지적하고 과거 청산을 위한 지속적인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영채(李永采) 케이센대학 교수는 일본대학의 평화교육과 관련하여 '구조화된 폭력하의 평화'를 부정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생명과 타자와의 사이에 맺는 관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과 평화의식 함양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제5세션에서 베르너 페니히(Werner Pfennig) 베를린자유대학 교수는 '유럽의 역사화해와 평화공동체의 교훈'이라는 주제발표에서 동북아에서 역사화해를 촉진하는 사회적 제도와 긍정적인 상호의존 확대를 통해 평화공동체 건설을 모색해 나가야 함을 강조했다. 카츠무라 마코토(勝村誠) 리츠메이칸대학 교수는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과 동북아평화공동체의 모색'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강권정치가 발호하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안중근 의사의 평화구상을 길잡이 삼아 대화의 조건을 수렴함으로써 평화공동체를 만들어갈 것을 제안했다.
일제 피해자의 인권구제를 통해 평화공동체로 나아가야
이번 국제학술회의는 한국, 중국, 일본 뿐만 아니라 북미와 유럽을 대표하는 가장 권위있는 전문가들의 발표와 종합토론을 통해 '식민지책임'에 대한 추궁과 '식민지피해'의 청산이 세계적인 과제로 대두되는 시점에서 한일협정 50년을 성찰하고 평화공동체의 과제와 전망을 심도있게 모색하고 공유하는 귀중한 자리였다.
따라서 광복 70주년과 한일협정 체결 반세기를 맞은 2015년 오늘, '일제 식민지배 피해자의 인권구제'라는 역사정의의 구현을 통해 동북아평화공동체 구축의 원년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