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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평생 프랑스에 한국을 널리 알린 학자
  • 글 이상균 (독도연구소 연구위원)

지난 6월 11일, 이진명 프랑스 리옹3대학(Université de Lyon) 명예교수가 평생 프랑스에서 한국학을 연구하고 가르친 공로를 인정받아 프랑스 교육 공로 훈장인 '슈발리에 훈장(Chevalier dans l'Ordre des Palmes académiques)'을 받았다. 이에 이진명 교수의 학술 활동과 생애를 정리하여 싣는다. _ 편집자 주

슈발리에 훈장은 프랑스 정부가 예술·문학·교육 분야의 발전에 기여하거나 문화 보급에 공헌한 인사들에게 주는 상이다. 이 훈장은 일찍이 불어권 한국학의 개척자였던 고(故) 이옥 교수(1928~2001, 한국 고대사 전문가이자, 재불 한국학의 효시. 그의 부친 이인은 일제강점기에 변호사와 항일운동가로 활동하였으며, 해방 후 초대 한국 정부의 법무부 장관을 역임하였다)가 1996년 수상하였으며, 이후 이진명 교수가 한국인으로서는 두 번째로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되었다.

이진명 교수는 1946년 경남 고성에서 태어났으며, 경희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였다. 대학 졸업 후 프랑스 정부 장학생으로 선발된 그는 프랑스 노르망디 껑(Caen) 대학에서 역사학으로 학사와 석사과정을 이수하고, 1977년 파리4대학(Université Paris-Sorbonne)에서 '프랑스와 일본의 경제교류사(Les relations économiques et financières entre la France et le Japon, de 1859 à 1914)'에 관한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진명 교수는 1983년부터 2012년 정년퇴임하기까지 29년간 리옹3대학(Jean Moulin)에 봉직했는데, 5년간은 강사(1983~ 1988), 13년간은 부교수(1988~2001), 그리고 11년간은 정교수(2001~2012) 신분으로 일하였다. 2000년에는 프랑스 최고의 국가 학위인 HDR(Habilitation à diriger des recherches : 박사논문 지도 및 정교수가 될 수 있는 자격)를 취득하였다.

프랑스 슈발리에 훈장 받은 두 번째 한국인

한편 이진명 교수는 1985년~2012년까지 파리7대학(Univer sité Paris-Diderot)에도 출강하였고 2000년~현재까지 동 대학 동양학부 및 박사과정에서 한국학 관련 박사논문을 지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9명의 학생들이 파리7대학에서 그의 지도를 받고 졸업하였으며, 한국 관련 박사논문 심사에만 총 40여 회 참여하였다. 이 교수는 평생 한국학·한국어·한국문화·한국사 등을 가르친 대표적 재불 한국학 전문가로 알려져 있으며, 이 교수의 지도를 받은 후학들이 현재 한국과 프랑스에서 광범위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진명 교수의 연구 성과는 한국의 독도영유권과 동해표기 분야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독도와 관련된 대표적인 저서로는 《독도 지리상의 재발견》(1998), 《Dokdo, A Korean Island》(2010)가 있으며, 《민족문화대백과 사전》, 《새한불사전》, 《독도사전》 집필에도 참여하였다. 최근에는 재단에서 지원하여 출간한 《한국어를 배웁시다》(2013, 2014)를 비롯해, 《한국어 문법》, 《실용 한국어》, 《한국어 한자 사전》 등 다양한 책을 집필하는 데 참여하였다.

2015년에는 프랑스의 가장 권위 있는 출판사 중 하나인 갈리마르(Gallimard)사에서 모리스 코요(Coyaud, Maurice) 교수와 함께 한국민담집으로는 최초로 《바닷물이 짠 내력》 등을 출간하였다. 이 포켓판 콜렉션은 전 세계 철학자와 작가들의 짧은 글을 모아 출판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현재 6,050권이 출간되어 있다.

독도, 동해 연구와 프랑스 내 한국학 후학 양성에 힘써

이번에 받은 프랑스 교육훈장 외에도 이진명 교수는 프랑스에서 한국학 연구 및 교육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대한민국 대통령상(1995)과 대한민국 국민훈장 석류장(2005)을 수상한 바 있다. 1998년에는 《독도, 지리상의 재발견》 출간으로 백상출판문화상 사료정리 부문상을 수상하였는데, 이 책의 2005년 증보판은 그해 '한국의 아름다운 책 100선' 중 인문학 부문 1위에 올라 프랑크푸르트(Frankfurt) 도서전에 전시된 후, 프랑크푸르트 고인쇄 박물관에 기증되었다.

이진명 교수는 그동안 프랑스에서 열린 다양한 한국 관련 학술회의 조직에도 힘을 보탰다. 2004년 (사)동해연구회와 프랑스한국연구회(AFPEC)가 주최한 '제10회 바다명칭에 관한 국제회의 : 바다 명칭의 국제 표준화에 관하여', 2006년에는 국사편찬위원회와 프랑스한국연구회가 주최한 '한불 수교 120주년 학술 발표회'에 힘을 보탰다. 또한 재단 독도연구소의 해외 자문위원으로서 2013년 동북아역사재단과 한불언어문화교육자협회(AFELACC)가 주최한 '동아시아 정세와 영토문제', 올해 5월에도 재단과 한불언어문화교육자협회가 주최한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 학술대회 '한국과 프랑스 : 130년 교류사에 대한 회고' 개최에 큰 역할을 하였다. 이진명 교수가 회장을 맡은 한불언어문화교육자협회는 지난 2009년에 창립되었는데, 현재 프랑스 중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문화와 한국어를 가르치는 데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