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역사재단 NORTHEAST ASIAN HISTORY FOUNDATION 로고 동북아역사재단 NORTHEAST ASIAN HISTORY FOUNDATION 로고 뉴스레터

연구소 소식
영국 셰필드 역사영상 심포지엄 영국인에게 찾아간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목소리
  • 글 이안 와일드(Ian Wild, 쇼룸워크스테이션 CEO)

재단은 영화를 통해 한일간 역사 문제를 짚고 상호 이해를 돕고자 역사영상 심포지엄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6월 19~20일에는 영국에서 "일본군'위안부', 그들의 목소리를 듣다(Comfort Women, Listening To Their Voices)"라는 주제로 '위안부' 소재 다큐멘터리 영화 4편을 상영한 뒤, 감독 및 전문가와 대담을 진행하였다. 행사가 개최된 영국 셰필드 쇼룸워크스테이션 이안 와일드 CEO의 리뷰를 통해 이틀간 누적관객 약 150명이 찾은 이번 상영회를 돌아본다. _ 편집자 주

릿쿄대학 이향진 교수와 개회사를 하는 이안 와일드 쇼룸 CEO

셰필드는 과거 철강산업과 중공업이 발달했던 영국 북부의 공업 도시다. 1980년대 제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자 바이오산업과 의학산업, 창의디지털산업으로 경제를 재건하여 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영화적 측면에서는 대표적인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 '다큐멘터리 페스티벌(Doc Fest)'과 런던을 제외한 가장 큰 독립영화제작사 왈프 필름(Warp Films)의 고향이기도 하다.

한국 영화와 오랜 인연을 지닌 셰필드 쇼룸워크스테이션

이번 동북아역사재단의 일본군'위안부' 소재 영화가 상영된 곳은 창의디지털산업을 위한 셰필드미디어센터에 소속된 쇼룸워크스테이션(이하 '쇼룸')이다. 쇼룸은 시내 중심가에 위치해 있으며 4개의 상영관과 카페 겸 바를 갖추고 있는데, 정부 등에서 받는 보조금은 전체 운영비의 약 5%에 불과하고 대부분 대관이나 카페 겸 바의 영업 수익을 통해 운영된다.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은 쇼룸은 새로운 영화 관객을 창출하려는 정부 계획인 '필름 허브 노스(Film Hub North)'를 주도하고 있기도 하다.

쇼룸에서는 다양성과 관객의 선택을 향상시키기 위한 스크린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매달 30~35편의 영화를 상영하는데 주로 영국의 독립영화나 해외 영화들이다. 고전 영화나 다큐멘터리도 상설 프로그램의 일부를 이룬다. 극장에서는 청년과 어린이들을 위한 영화제작 수업과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사실 쇼룸 시네마와 한국 영화는 오랜 인연이 있다. 셰필드대학교 동아시아학과와의 협업을 통해 2001년부터 2005년까지 한국 영화제를 개최하였고, 주영 한국대사관과 영화진흥위원회, CJ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많은 한국 기관과 기업들이 이 행사를 후원했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한국 영화는 영국 대중들에게 거의 인식되지 못했지만 이 영화제를 통해 영국 내 한국 영화의 인지도가 상당히 높아졌으며, 한국 문화와 역사를 소개하는 기회를 마련해 영국 관객들이 현대 한국사회를 엿볼 수 있는 창이 되었다.

올해 동북아역사재단과 릿쿄대학이 우리에게 일본군'위안부' 이슈를 다루는 영화 상영회를 제안해왔을 때, 마침 우리도 여성의 평등권과 인권에 대한 국제적 이슈를 다룬 영화를 찾고 있었기에 매우 이상적인 주제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행사를 개최할 적당한 시간을 찾기가 어려웠다. 다큐멘터리 페스티벌이나 어린이 미디어 컨퍼런스처럼 셰필드에서 개최되는 큰 영화제와 주요 프로그램은 대부분 초여름에 열리는데, 이 시기 셰필드 내 대학교들은 시험기간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6월 19일과 20일로 행사를 잡았다. 또한 이번 행사에는 영화 학교가 있는 셰필드 할람대학교가 후원기관으로 참여하여 리셉션 등 일부 비용을 지원하기도 했다.

감동과 감사를 표한 영국 현지 관객들

마침내 6월 19일, 쇼룸에서 초청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리셉션이 시작되었다. 행사 전 우리는 셰필드 지방자치당국에 이번 행사에 참석해 줄 것을 제안했는데 이소벨 보울러(Isobel Bowler) 시의원이 리셉션에 참석하여 셰필드시를 대표해 한국 초청자들을 환영하는 축사를 했다. 다음으로 이향진 릿쿄대학 교수가 행사를 소개하고, '위안부'에 관한 변영주 감독의 3편의 연작 다큐 중 첫 번째인 '낮은 목소리 1'을 상영했다.

다음날인 6월 20일은 변영주 감독의 두 번째 영화 '낮은 목소리 2'의 상영으로 행사가 시작되었다. 관객들은 영화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놓고 감독과 매우 열정적으로 토론하였다. 다음 영화는 김동원 감독의 '끝나지 않은 전쟁'이었다. 이 영화는 매우 뜨거운 반응을 얻었는데 많은 관객들이 '위안부' 문제를 일으킨 일제의 정책에 대해 분노를 표출했다. 마지막 영화는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였고, 영화에 등장했던 양징자 씨가 게스트로 초청되었다. 영화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송신도 할머니가 배상을 위해 일본 법정과 투쟁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이날 셰필드의 관객들은 이향진 릿쿄대학 교수, 김민규 재단 연구위원, 카와이 유코 릿쿄대학 교수의 사회로 여러 게스트들과 '위안부' 이슈에 대해 토론할 기회를 가졌다. 토론에 참여한 관객들이 매우 열정적이어서 마지막 토론은 예정된 시간을 넘어서까지 진행되었다.

이번 역사영상 심포지엄에 참여한 관객 대부분은 일부러 멀리서 찾아온 사람들이었는데, 행사 내용에 대단히 만족해했다. 사실 한국의 일본군'위안부' 이슈는 영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고 몇몇 관객들은 대담 중 이 주제에 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행사가 끝난 뒤, 몇몇 관객은 쇼룸으로 직접 연락해 이번 행사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이야기했고, 이렇게 의미 있는 국제적 토론이 우리 고장에서 개최된 것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런 의미에서 쇼룸에서 열린 이번 일본군'위안부' 소재 역사영상 심포지엄은 대단히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행사가 일본군'위안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대중들의 인식을 제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 리셉션에서 이소벨 보울러 시의원의 축사▲ 리셉션 풍경
▲ 변영주 감독, 마크 카터 할람대학 교수▲ 김동원 감독, 김민규 재단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