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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8월 15일 명절 문화 비교 - 한국의 추석(秋夕)과 일본의 쓰키미(月見)
  • 구도영 재단 한중연구소 연구위원

음력 815일 명절 문화 비교

- 한국의 추석(秋夕)과 일본의 쓰키미(月見)

 

구도영 재단 한중연구소 연구위원

 

 

음력 815, 동아시아 각 나라는 이 무렵을 뜻깊게 보내왔다. 하지만 그 구체적인 행위에는 차이가 있었는데 이름에서부터 유추해 볼 수 있다. 한국은 추석(秋夕), 중국은 중추(中秋), 일본은 월견(月見, 쓰키미)이라고 하였다. 한자를 풀이하면 추석은 가을 저녁’, 중추는 가을의 한가운데’, 월견은 달맞이정도 되겠다. 중국은 가을이라는 계절을 강조하고, 일본은 보름달을 보는 행위에 집중했다고 할 수 있으며 한국은 이 두 행위를 포괄적으로 받아들인 듯하다. 한편 한국은 추석의 한자어와 별개로 순우리말로 한가위도 있다. 한가위는 크다는 의미의 과 신라시대 음식과 노래가 곁들여진 길쌈놀이 가배와 가운데의 뜻을 가진 가위가 합쳐진 것이니 한국의 이 명절은 가을에 즐기는 가장 큰 행사로 이해할 수 있다.

 

 

815일을 특별한 기념일로 보냈다는 기록은 동아시아 삼국 중 한국에서 가장 먼저 확인된다. 중국 사료 중 하나인 수서(隋書)(636)북사(北史)』 「신라전(659)을 살펴보면 신라인들은 815일 음악을 베풀었고 관인들이 활을 쏘게 하여 상으로 말과 포를 주었다고 한다.

9세기 일본인 승려 엔닌(圓仁)입당구법순례행기에서 민가에서 815일의 명절을 지낸다. 이 명절은 다른 여러 나라에는 없고 신라에만 있다라는 기록을 남겼다. 일본인 엔닌은 당시 중국 당나라에 유학하였는데 이 명절이 신라에만 있다고 하였으니 당시 당나라와 일본에 추석 명절이 없던 것으로 보이며, ‘갖가지 음식을 차려놓고 음식·가무·관현악을 베풀고 3일을 쉬었다라는 기록을 통해 신라에는 당시 추석 연휴까지 있었고, 음악과 춤이 이어지는 흥겨운 명절을 보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웃 나라인 일본은 815일 명절을 어떻게 보냈을까.

 

 

일본의 쓰키미(月見): 자연 경외와 감상의 명절

 

일본의 음력 815일은 달을 감상하며 가을을 즐기는 명절이다. 815일 당일만이 아니라 7월 말부터 9월 말에 이르기까지 달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고 즐기는 문화가 있을 정도다. 달이 차오르는 모습에서 부활과 불사(不死)의 경외감을 느꼈으리라. 전통적으로 서구 사회가 달을 부정적으로 여겨온 것과 비교하면 동아시아는 달을 해와 조응하는 온정적인 감상의 대상이자 끊임없이 차고 지는 생명주기의 상징으로 보았던 것이다. 이 시기 일본인들은 달신에게 제사를 지내며 소원을 빌었다. 달신에 대한 제사는 중국, 일본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며 중국의 관월(觀月) 문화가 헤이안시대 일본에 전해진 후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달 모양의 경단 떡을 먹고 나쁜 기운을 없애주는 억새풀을 장식하는 것도 쓰키미의 전통이다. 수확을 앞두고 가을걷이의 풍요로움을 기원하는 것은 한국과 같다.

 

사진1_억새풀 속에 8월의 달맞이(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18세기)

억새풀 속 8월의 달맞이(18세기 作,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스)

 

 

한국의 추석: 풍요를 기원하는 가족의 명절

 

한국의 추석은 한가위라고도 불린다. 추석은 한 해의 풍요로움을 기원하고 조상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큰 행사이다. 가족들이 모여 성묘를 하고 차례를 지내면서 송편과 같은 전통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추석의 핵심은 가족 공동체의 결속과 조상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나누는 일이다. 농경사회에서 수확의 기쁨을 나누고 자연의 이치에 따르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추석의 전통과 의식에 스며들어 있다.

추석의 달맞이 문화를 살펴보면 한국에서도 고려시대에 달맞이 행사가 치러진 점이 확인되지만 조선 초에도 달맞이가 한국의 고유문화가 아니다라는 인식이 있었을 정도로, 공고하게 정착된 문화는 아니었다. 한국에서는 달 제사도 존재하지 않았고 추석보다 정월 대보름의 보름달에 더 큰 의미를 두었다. 즉 한국도 추석의 보름달을 즐겼지만 달맞이가 추석 명절의 핵심은 아니어서 달맞이 문화를 중시한 일본과의 차이가 확인된다.

 

사진2_한국의 추석 차례상

한국의 추석 차례상(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스)

 

 

의례와 놀이문화

 

음주가무의 나라답게 한국의 추석은 놀이의 명절이기도 했다. 한국의 옛 문헌에는 추석에 남녀노소가 모여 음식을 먹으며 노래 부르고 춤을 추며 놀았다는 기록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차례와 성묘의 제례적 절차가 있더라도 이날 즐겼던 놀이는 다양했다. 농공감사제적 성격으로 소놀이·거북놀이가 있었고 마을사람들이 모여 줄다리기도 하였다. 과거에 합격하기를 기원하는 의미로 원놀이·가마싸움을 하였고 궁사들은 활쏘기를 부녀자들은 보름달처럼 둥그런 형태의 춤인 강강술래를 하며 즐겼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 추석의 다양한 놀이 중 둥근 원을 그리며 춤추는 원무나 줄다리기는 일본 남부 일부 지역에서도 확인된다는 점이다. 추석에 주로 등불놀이를 했던 중국과 달리 한국과 일본 지역에서는 다채로운 놀이를 통해 공동체 의식을 공유하기도 하였던 것이다.

 

사진3

 

일본 아마미(奄美)군도의 8월용(八月踊)(19세기 作,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스)

 

 

좋은 날을 정해서 행사를 치르던 것이 지속성을 가질 때 우리는 이를 명절이라고 이른다. 그래서 명절 속에는 공동체가 공유해 온 문화가 내재되어 있다. 그리고 명절의 형식과 의미는 다양한 문화 교류와 지속의 산물이기에 한국의 추석 역시 여타 동아시아의 것과 비교했을 때 보편적이면서도 특수하다.

오늘날 농경사회의 명절과 전통은 급격한 사회구조의 변화로 그 형식과 절차들이 변형되고 간소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음력 815일이 다가오면 연락이 뜸했던 가족과 친척을 떠올린다. 고향 친지를 만나기 위해 기차표 예매를 서두르고 시장은 차례상 준비로 활기를 띤다. 바삐 움직이던 도시의 일상이 잠시 멈추고 회귀본능이 작동한다. 가족이라는 따뜻한 공동체를 기대하는 것, 사회가 아무리 변해도 명절이 가지고 있는 힘은 여전하다.

그동안 한국의 추석 명절은 학술적으로 중국 중추절과 비교하는 데 집중해 왔는데 오랫동안 문화를 교류해 왔던 이웃 나라의 문화도 두루 살피며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동아시아 여러 지역의 명절 문화를 이해하는 일은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저마다 가꾸어 온 명절의 의미도 풍요롭게 되새기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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