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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동북아 세계는 때아닌 패권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중·일 간에는 난징대학살과 센카쿠 열도 문제, 한·중 간에는 동북공정과 이어도 문제, 한·일 간에는 식민지근대화론과 독도 문제를 둘러싸고 패권경쟁이 역사분쟁의 형태를 띠고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한국이 나아갈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어떤 위치에 있는가를 알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동북아 세계가 역사적으로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동북아 세계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는 역사적으로 중국, 일본과 어떤 관계에 있었던 것일까?

한반도가 중국, 일본과 맺어온 관계

먼저 중국과 한반도는 역사의 궤적을 같이 해왔다. 거시적으로 보면 중국이 분열하는 시기로 들어갈 때 한반도도 분열하였고, 중국이 통일되면 한반도도 통일 시대로 접어들었다. 중원에서 왕조교체가 이루어지면 한반도에서도 왕조교체가 이루어졌다. 단 이 왕조교체를 한반도 국가가 받아들이지 않을 때 중원을 새로 차지한 왕조는 한반도 침략을 단행하였다. 또 19세기 말 중국이 서구의 침략을 받았을 때 한반도도 일본의 침략을 받았다. 이처럼 한반도가 중국과 역사적으로 그 궤적을 같이 해온 것은 과거 동북아 세계에 존재했던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책봉체제의 결과였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불편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중국에 맞선 세력이 한반도를 통일한 예가 없다는 것이다.

한편 일본과 한반도 국가들의 관계를 살펴보면 삼국시대 한반도 남부에서 활약한 왜와 임진왜란, 한일강제병합 등에서 보듯이 한국은 일방적인 침략만 받았다. 그런데 일본의 한반도 침략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일본열도가 분열한 상태에서 통일 단계로 들어 갈 때 한반도 침략을 단행하였다는 사실이다. 이는 일본 내 통합된 세력이 제기하는 불만을 분출할 대상으로 한반도를 택했기 때문이다. 즉 일본의 한반도 침략은 한국의 의지와 관계없이 일본열도의 사정에 따라 일어난 일이다.

그렇다면 현재 동북아 세계는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일까? 현재 중국은 둘로 나뉘어져 있고, 한반도도 둘로 나뉘어져 있다. 그런데 중국의 통일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런 면에서 중국과 역사의 궤적을 같이 해온 한반도의 통일도 시간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 때 중국에 맞선 세력이 한반도를 통일한 예가 없었으므로 우리가 한반도를 통일하는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중국과 관계를 잘 유지하고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한편 역사적으로 본다면 제2차 세계대전 후 일본이 한반도에 영향력을 확대한 것은 오래 전에 시작되었다. 과거와 달리 총칼이 아닌 경제를 앞세우고 있을 따름이다. 1965년 한일수교 이래 일본은 한국이 수출을 하기 위해서는 대략 그 10%에 달하는 부품과 원자재를 일본에서 구입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한국을 경제적으로 일본에 예속시켰다. 따라서 지금 우리는 일본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역사에서 얻는 지혜

현재 중국과 일본은 한반도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한반도에 대한 시각을 잘 드러내고 있는 것이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한반도남부경영론'이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후 한동안 제국주의 길을 걸었다. 그 출발점이 고대에 일본이 한반도 남부를 200여 년간 지배했다는 이른바 '한반도남부경영론'이다. 그런데 근래 일본이 다시 한반도남부경영론을 들고 나왔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한국은 일본에 예속되어 왔음을 환기시키려는 것임이 틀림없다.

중국이 한반도에 대해서 들고 나온 것은 동북지방의 역사를 정비하는 '동북공정'이다. 그 핵심은 고구려가 중국의 지방정권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 역사를 현재에 투영시키려 하는 것이다. 결국 일본의 '한반도남부경영론'이나 중국의 '동북공정'은 동북아 세계에서 한국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패권경쟁의 일단이다.

그러나 두 나라는 한국에게 대단히 중요한 국가들이다. 한국은 GDP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 대략 83%쯤이고 이 중 중국과 무역비중이 약 21%, 일본은 약 14%로 각각 1, 2위를 차지한다. 중·일에게도 다른 두 나라는 모두 무역 규모 3위 안에 드는 매우 중요한 국가들이다.

역사적으로 인류는 지역, 인종, 경제, 종교, 이념 등의 문제를 둘러싸고 분쟁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EU는 이를 극복하고 보편적인 가치를 공유하는 공동체를 향해서 나가고 있다. 이런 면에서 동북아 세계도 시차는 있지만 보편적인 가치를 공유하는 지역협력체나 공동체를 향해서 나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긴밀해지고 있는 한중일 세 나라 무역관계가 그러한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중국과 일본이 현재 한반도를 둘러싸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한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그 답도 역사 속에 있다.

역사상 한중일이 뒤엉킨 전쟁이 세 번 있었다. 663년의 백촌강 싸움, 1592년의 임진왜란, 그리고 1894년의 청일전쟁이다. 백촌강 싸움은 당이 한반도를 차지하려하자 백제가 일본을 끌어들여 당을 저지하려 한 싸움이다. 반면 임진왜란은 일본이 한반도를 차지하려하자 조선이 명을 끌어들여 일본을 저지한 싸움이다. 그리고 청일전쟁은 한반도에 힘의 공백이 생기자 청과 일본이 서로 한반도를 차지하려고 벌인 전쟁이다.

한국은 중국이 넘볼 때에는 일본과 손잡고 저지했고, 일본이 넘볼 때에는 중국과 손잡고 저지했다. 그런데 한국의 자체적인 힘이 없을 때에는 중·일의 쟁탈장이 되었다. 이러한 역사의 궤적을 볼 때, 현재 한국은 힘을 보유하면서 중·일 어느 쪽과도 유연한 자세로 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국과 일본을 잘 알아야 할 것이며 동북아역사재단의 소임도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