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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Q&A
일본군 '위안부'와 '성노예' 용어 사용 논란
  • 서현주 역사연구실 연구위원

일본군이 설치한 군 '위안소'에서 일본 병사의 성 상대가 될 것을 강요당했던 여성들을 지칭하는 용어는 현재 통일되어 있지 않다. 일본에서는 관습적으로 써온 '종군 위안부'라는 용어를 현재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위안'이라는 단어가 '사랑', '동정', '따뜻함', '불쌍히 여김' 등을 뜻하고 있기 때문에, '위안부'라는 용어로는 가해자의 성적 학대 행위와 피해자의 성적 피해 사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또 '종군'이라는 단어에는 '종군기자'처럼 자신의 의지로 일의 내용을 납득해서 참가한다는 뜻도 있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애초 이 문제가 '정신대문제'로 부각되었다. 왜냐하면 미혼여성을 군수공장 노동력으로 동원한 '여자근로정신대'와 군인들의 성적 상대로서 여성들을 연행한 군 '위안부'가 이 제도의 가해자와 경험자, 피해자들의 기억 속에서는 제도와 실제 운영상에서 명확히 구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조직된 단체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으로 약칭) 등 '정신대'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하지만 공장에서 노동을 강요당한 사람과 일본군의 성 상대로 착취당한 사람은 구별할 필요가 있다.

용어 논란을 넘어 진정한 문제 해결이 관건

시민단체들은 1992년 8월 11~12일 서울에서 개최한 '제1차 정신대 문제 아시아연대회의'에서 '강제 종군 위안부'로 지칭하기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이듬해 10월 도쿄에서 열린 '제2차 아시아연대회의'에서는 위안부로 불렸던 여성들이라는 의미에서 작은따옴표(' ')를 붙여 '위안부'로 하고, 범죄 주체인 일본군을 덧붙여 일본군 '위안부'로 부르기로 합의하였다. 우리 정부도 1993년 6월에 공포한 피해자 지원 법률을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생활안정지원법"으로 명명하는 등 이 용어는 시민단체는 물론 학계 및 언론계 등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위안부'라는 용어 자체로는 당시 피해자들이 받은 성적 학대 등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한편 UN 등 국제 활동의 장에서는 처음 군 '위안부'를 'comfort women', 군 위안소를 'comfort station'으로 번역했으나, 앞의 아시아연대회의에서 'Military Sexual Slavery by Japan'(일본군 성노예)을 사용하기로 합의한 후 라디카 쿠마라스와미(Radhika Coomaraswamy) UN 여성폭력문제 특별보고관의 보고서 등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다. 그러나 2007년 미국, 캐나다, 네덜란드, 유럽 의회에서 통과된 '위안부' 결의안에는 'comfort women'으로 표기하여 두 용어를 혼용하는 현상이 영어권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2012년 힐러리 미 국무장관이 'comfort women' 대신 'enforced sex slaves'라는 용어를 써야 한다고 지적한 후, 국내에서도 일본군 '위안부'와 '성노예' 중 어느 것을 사용해야 하느냐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전자보다는 후자가 제도의 본질을 잘 드러낸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 피해자들이 보기에는 두 용어 모두 비인격적인 용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용어 논란보다 생존 피해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문제 해결'이라는 점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