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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소식
제1회 상고사 학술회의 상고사 연구의 다양성 확인, 상호 소통 계기 마련 성과
  • 정원철 역사연구실 연구위원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학준)은 5월 13일 오후 1시 30분에 재단 대회의실에서 '제1회 상고사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이 행사 개최 취지와 의미는 동북아역사재단 김학준 이사장의 인사말에 잘 나타나 있다. 이사장은 "상고사 연구가 중요하다고 여기면서도 그간 재단의 노력에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 분야 연구를 위해서 어떤 주제가 필요한지, 부족한 자료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과 연구방법은 무엇인지, 신진 연구 인력을 상고사 분야로 모을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방향을 찾기 위해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겠다"고 밝혔다. 김학준 이사장은 또, "상고사 연구는 한 가지 시각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되며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고 수렴하기 위해서 객관적, 실증적 자료에 기초해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상고사 학술회의에서는 상고사 관련 학자 6명이 모여 '한국 상고사에 대한 다양한 인식'을 주제로 논문을 발표하고 토론을 벌였으며, 150명에 이르는 일반인들이 행사장을 찾았다. 이번 학술회의를 통해 상고사 분야에서 다양한 주장과 논의들이 존재한다는 점과, 이 주제에 대한 사회 한편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종합토론 사회를 본 윤명철 교수(동국대)는 토론을 마무리하면서 참석자들이 역사에 쏟는 열정에 경의를 표하고, 이 자리에 참석한 사람뿐만 아니라 역사학계 모두가 이른바 '강단'이나 '비강단' 또는 '재야'의 구분 없이 견해가 다른 상대의 주장과 연구 성과를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은 이날 행사의 소결론이라 할 만하다. 다음은 이날 발표문의 주요 내용과 주장을 차례로 요약한 것이다.

우리나라 사서에 위서는 없다 (박성수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지금까지 『단기고사』, 『규원사화』, 『환단고기』와 같은 재야3서를 僞書로 보아왔으나 이는 잘못된 역사인식이며 이러한 인식의 뿌리는 오래되어 발본색원하기 어렵다. 지금 우리가 흔히 말하는 위서란 상고사를 말하며, 상고사 없는 위사만 있다. 『단기고사』, 『규원사화』, 『환단고기』에 기록된 모든 역사가 거짓말이란 것이다. 이는 본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먼저 본을 세워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다. 남의 힘을 빌리지 말고 우리의 힘으로 우리의 본을 세우기 위해 상고사를 알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 사서는 재조명되어야 한다.

언어학으로 본 고구려의 건국과 용어문제 (최기호 전 울란바타르대학 총장, 현 석좌교수)

한국어와 몽골어의 언어학적 비교, 광개토대왕비문의 내용 분석과 몽골 신화와 고구려 신화에 대한 비교 등을 통하여 고구려 건국지와 건국시기, 건국과 관련된 정확한 용어와 지명의 위치 비정을 새롭게 주장하였다. 고구려 건국자의 이름은 '추모'이며 이는 '동명성, 샛별, 금성'을 뜻한다. 「광개토왕비문」에 나오는 엄리대수는 아무르강이며, 건국지인 흘승골은 동몽골의 할힌골, 비류수나 보술수도 힐힌골의 부이르호수와 할힌골강이다.

發과 朝鮮 및 肅愼의 선후관계와 東北工程 대응방안 (신동준 21세기정경연구소장)

중국 경사서인 『관자』, 『춘추좌전』, 『국어』, 『사기』의 내용을 분석하여 發과 朝鮮 및 肅愼의 선후 관계를 규명하였으며, 김부식의 『삼국사기』에서 비롯된 '신라정통설'을 비판하였다. 영토와 국민, 역사를 덜어내는 '신라정통설'에 입각해서는 동북공정에 대처할 수 없으며, 우리 민족의 원형인 고조선에서 시작해서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이 공평하게 취급되어야만 동북공정에 대처할 수 있다. 나아가서 신채호, 김교헌 선생 등이 주장한 고려와 금, 조선과 청을 남북조로 파악한 역사 인식이 하나의 해답을 줄 수 있다.

한국인의 뿌리를 찾아서-한국 고대사 천년의 패러다임을 넘어 (김운회 동양대학교 교수)

그동안 각 분야별로 연구되어온 우리 민족의 뿌리에 대한 연구 성과들을 종합적으로 고찰하고 이를 토대로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였다. 구체적으로 고조선을 계승한 요나라의 정체성, 고조선 후예로서 선비, 숙신과 말갈의 정체성 문제, 광개토대왕비와 왜의 문제, 한국과 몽골의 정체성 문제로 구분하여 분석을 시도하였다. 이를 통해 한국인 또는 조선인은 한반도의 한국인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분명해졌으며, 소중화에 기반한 역사인식으로는 어떤 학문적 발전도 기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역사는 결코 해명될 수 없다.

일본의 고대국가 '大倭'의 기원과 '韓' (소진철 원광대학교 명예교수)

일본의 고대국가로 알려진 '大倭'와 한반도 남부에 위치하였던 '韓'이 어떤 관계를 맺었으며, 또한 어떻게 존재하였는지에 대해서 검토하였다. 『후한서』 한조와 『위서』 왜인조에 보이는 大率은 韓 辰王의 한 기관이며, 사실상 대왜를 지배하는 인물로 보아야 한다. 大率의 통치 아래 '大倭'는 4~5세기 경 남구주 지역을 평정, 本州로 이동하여 지금의 관서지방까지 진출하여 倭國을 다스렸다. 이를 통해 '倭國'의 기원이 4~5세기 근기지방의 야마토 정권이라는 일본 통설의 허구성을 규명하였다.

고조선사 연구의 성과와 쟁점 (서영수 단국대학교 교수)

남북한 학계의 고조선사 연구의 흐름에 대하여 고조선의 건국시기, 중심지와 강역, 기자조선과 위만조선의 문제 등을 중심으로 연구 성과와 쟁점을 정리하였다. 고조선사 연구는 지금까지 남북한 학계에서 지속적으로 연구가 집적되어 가고 있다. 그런데 최근 중국학계는 고조선의 독자성을 부정하는 동시에 관련 유적과 유물을 모두 중국사의 체계에 편입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고조선사의 체계화를 위해서 문헌자료의 수집과 정밀한 역주, 고조선의 정체성 및 국가형성이론 체계화, 남북한 학계의 지속적 학술교류 등이 필요하다.

한편 재단은 이날 다루지 못한 상고사 주제 학술회의를 계속 개최할 예정이며, 연구 용역과 기획연구 등을 통해 관련 연구사업도 연차적으로 수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