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응하기 위해 하얼빈 역에 안중근의사기념관을 개관하였으며, 지난 1월 기념관 개관식을 지방행사로 조용히 치룬 것과 달리, 4월 29일에는 개관 100일을 맞아 안중근의사기념관을 중앙정부 차원에서 외신기자를 대상으로 대대적으로 홍보하였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와 기자들은 안중근은 범죄자이며 중국 정부의 이런 움직임이 중일 우호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하였지만, 기념관 측은 안중근 의거는 '동양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답하였다. 이는 최근 과거사 문제를 놓고 일본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중국의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
이에 동북아역사재단 동북아·독도 교육연수원은 지난 4월 30일 '안중근·이토히로부미(伊藤博文)에 대한 한중일의 평가와 역사교육'을 주제로 전문가 워크숍을 개최하였다. 특히 이 날 워크숍에서는 안중근 의거를 올바로 교육하기 위한 방안과 한중일의 역사공동연구의 필요성을 중심으로 토론이 이뤄졌다. 김학준이사장은 개회사에서 "중국이 기념관을 만들어 줄 정도로 훌륭한 애국사상가를 선배로 둔 우리는 자부심을 느껴야 하며, 못난 후배가 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조광 고려대학교 한국사학과 명예교수는 기조강연에서 "안중근이 과녁으로 삼은 것은 이토 히로부미가 상징하는 '식민범죄'였다"고 하였으며, 안중근 의거의 목적은 "식민범죄의 예방과 척결"이며, 식민주의를 실현하려는 모든 행위를 범죄로 본 안중근의 이토 사살은 "식민범죄에 대한 정당방위"라고 강조하였다.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에 주목해야
중국의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 평가와 역사교육'을 발표한 손염홍 건국대학교 국제학부 교수는 중국인에게 한국사를 교육할 때, 전근대보다 근대사가 공감대를 형성하기 쉽고 특히 안중근 의거는 중국인을 상대로 역사교육과 공동연구를 하기에 좋은 주제라고 하였다. '일본 역사교과서의 안중근 서술과 인식'을 발표한 이신철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역사연구소 교수는 안중근 의사의 이토 암살이 일본의 한국강제병합의 원인이 되었다는 오래된 인식은 이제 일본교과서 대부분에서 사라졌지만, 아직도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에 주목하지 않고 있는 점은 아쉽다고 지적하였다. 하지만 현재 '동양평화론'에 대한 평가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므로 이러한 방향은 안중근을 테러리스트로 격하하려는 아베 내각의 의도를 막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토론을 맡은 남상구 연구위원은 일본교과서에서는 안중근을 테러리스트로 언급하지 않았고 오히려 일본 수상과 관방장관의 입장이 자국 교과서의 서술내용과 다른 것이라고 하였다.
'북한역사교과서에 나타난 안중근'을 발표한 성균관대학교 윤경섭 박사는 안중근에 대한 긍정적 서술이 2000년대 들어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데 이는 남북 역사학계가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기 위해 맺은 일련의 조약이 불법이라는 논의에 자극받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하였다. 토론자인 신운용 안중근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강제병합'이라는 용어는 원래 일본에서 '조선이 자진하여 일본의 판도에 들어왔다'는 의미를 가진 '병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자, 여기에 '강제'라는 단어를 붙인 것이지만 원래 '병합'의 뜻을 크게 거스르는 것이 아니므로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였다.
'한국의 역사교육과 안중근·이토 히로부미'를 발표한 독립기념관 김형목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한중일에서 이뤄지는 폐쇄적이고 독단적 민족주의 교육은 갈등과 대립을 초래하므로,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을 부각시켜 열린 역사교육을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안중근은 애국자' 주장 뛰어넘는 논리 필요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 평가를 통해 본 한중일 역사공동연구와 역사교육'을 발표한 필자는 안중근 의거 당시 일본에서도 동양평화에 공감하고 일본의 침략전쟁에 대항해 반전운동을 펼쳤던 흐름이 있었으며, 이러한 전통을 재발굴해 일본, 중국과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중일 3국 중, 동아시아 공동역사연구와 역사교육을 주도할 수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이며, 안중근 의거가 목표한 동양평화는 한중일 공동역사교육으로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을 맡은 유대균 교육부 동북아역사대책팀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한중일 공동교과서 제안에 중국은 원론적으로 답변하였고, 일본은 관방장관이 불가하다고 말한 후 문부성장관은 할 수 있다고 다른 의견을 냈으나 현재 추진은 답보상태이며, 한일역사공동연구 3기도 이미 우리나라가 제안하고 일본과 합의하였으나, 추진이 쉽지 않다고 상황을 설명하였다. 그러나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은 고무적 연구영역이 될 수 있고 동북아역사재단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하였다. 동아시아의 역사교육을 통해 '동북아 역사' 전체를 보는 안목을 지닌 인재를 길러야 하며, 이를 위해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을 핵심사상으로 삼아 확대하고, 연구를 더욱 심화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한시준 단국대학교 교수가 사회를 맡은 종합토론에서는 안중근을 테러리스트라고 공격하는 일본에 대해, 안중근은 애국자라는 논리 말고 이를 능가하는 대응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손염홍 교수는 중국과 안중근을 매개로 한 역사공동연구와 교육이 매우 긴요한 주제이므로 안중근을 중국교과서가 기록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중국의 자매 도시와 자매 중·고등·대학교에서 안중근 특강을 기획하고, 안중근의사기념관을 교육기지로 활용하는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또 현재 한중일 간 역사인식의 공유는 쉽지 않으나, 획일적 역사가 아닌 다양성을 제시한 공동역사교과서를 만들기 위한 장기적 계획을 세우고 이를 추진하기 위해 동북아역사재단이 우선 준비하여 다음단계로 연구자들과 공유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