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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지구촌 인권문제"
  • 인터뷰·진행 ┃ 정은정 홍보교육실 교육팀장

최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일본의 거듭된 역사 인식 후퇴 행보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5월 8일 정은정 교육팀장이 재단을 방문한 김동석 미국 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를 만났다. 김동석 이사는 2007년 미 하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통과 후,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가 미국 곳곳에 세워지기까지 한일 간 논란이 되고 있는 역사 현안에 대한 미국 사람들의 인식이 어떻게 변했고, 지금은 또 어떤 상황인지 생생하게 들려주었다. _편집자 주

김동석 상임이사

1985년 미국으로 이주하여 1991년 로드니킹 사건과 1992년 LA 흑인폭동을 겪으면서 한인 유권자운동을 시작했다. 운동 방식은 대부분 미국 내 유대인에게 배웠다. 주로 한인유권자들을 미국 내 정치세력으로 조직하고 해당 지역구 등에서 정치인들의 후원행사를 마련하고 있으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미국 시민들의 여론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시민참여센터(KACE)
미국 내 한인 교포 사회의 풀뿌리 시민운동 단체다. 한인들의 시민참여를 통해 미국사회 내 한인들의 시민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1996년에 김동석, 김동찬 등이 주도하여 설립하였다. 2007년 일본군 '위안부' 미 하원 결의안 캠페인을 주도한 것을 계기로 국내에 이 단체의 활동이 알려졌다. 2010년 미국 뉴저지주에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를 최초로 설립, 홀로코스트박물관 내 전시회 개최, 2007년 미 하원 결의안 이행에 관한 내용을 세출법안 보고서에 포함되도록 하는 등 미국 시민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재미 한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Q 1996년부터 시민참여센터 활동을 시작한 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김동석 여러분들이 잘 아는 것처럼 2007년 미 하원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과 관련한 활동이 기억에 남는다. 시민참여센터는 원래 일본군 '위안부'나 동해 병기 등 한일 간 현안에 대해서 활동하려고 만든 것은 아니다. 미국 내 한인들의 권익향상을 위해 유권자 운동을 해왔고, 한인들의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에 접근했던 것이다. 즉, 미하원 '위안부' 결의안은 일종의 전략 소재였다. 그런데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국제사회의 관심사이다 보니 한인들의 투표 독려 활동은 뒷전이고, 현재 시민참여센터는 반일(反日)활동을 하는 곳처럼 인식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활동을 하면서 느낀 것은 '결의안'이라는 것은 종이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홀로코스트 사례처럼 지속해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이 유대인에게 사과한 것처럼 일본은 왜 우리에게 사과하지 않느냐고 종종 독일과 일본을 비교하는데, 사실 유대인과 한국 사람이 어떻게 노력했는지 비교하는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독일이 사과하기까지 유대인들이 다시는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이러한 노력으로 벌이는 투표 독려 캠페인이 시민참여센터의 핵심 사업이다.

Q 시민참여센터에서 미국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는 동북아시아 역사 인턴십 사업이 흥미롭다. 어떤 사업인가?

김동석 '동북아시아 역사 인턴십'은 2012년부터 커퍼버그 홀로코스트센터에서 미국 주류사회 학생들에게 동북아시아 전역에서 벌어진 일제 강점기의 만행을 알리는 프로그램이다. 인권 보호 활동으로 보편적 지지를 이끌어 내는 것을 목표로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거둔 가장 큰 성과는 뉴욕주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꾸준하게 합리적으로 알리고, 학생들이 관심을 많이 기울이도록 한 것이다. 홀로코스트센터 동북아시아 역사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외국학생들은 많은것을 배우고 돌아간다. 서울과 미국 사이에 12시간 시차가 있지만, 우리는 매 학기마다 경기도에 있는 '나눔의 집'과 화상통화로 피해자들과 학생들을 연결해 피해자들과 미국 학생들이 간접으로나마 만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가스실에서 살아남은 유대인 홀로코스트 피해자 할머니들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만남을 기획했다. 시공간은 달라도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난 전쟁 피해자들이 함께 전쟁 피해의 문제를 해결하자는 의도였는데, 존 F. 케네디 공항에서 두 사람이 만나자 현지 언론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이런 행사를 통해 아직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는 한일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일본에 직접 대응하기보다 미국 시민사회를 움직여서 그들이 무엇을 하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다. 이런 방법은 국제사회도 이 문제에 관심을 있음을 일본에 우회적으로 알릴 수 있다. 앞으로도 미국의 시민사회와 미국 주류 정치권이 나서서 일본의 전쟁범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움직임은 이어져야 할 것이다.

Q '위안부' 문제는 어떤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김동석 이번 한일 간 국장급 회담 움직임은 미국 내 분위기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현재 일본 내 정치권력이 고노 담화를 수정하는 등 이 국면을 타계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관심이 모인만큼 지금 우리가 전략적으로 '위안부' 문제의 책임이 일본 정부에게 있다는 사실을 외부로 알리고 조속한 시일 내에 해결을 요구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러한 사실에 공감하는 일본 내 관심 있는 학자들과 연대가 필요한데, 일본사회가 위축되면서 양심적인 학자들도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 아쉽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국과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고 홀로코스트처럼 지구촌의 인권문제라는 점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가 이런 문제에 대응할 때 보이는 문제는 일본과 관련한 문제는 모두 '반일 전선'을 만들어서 접근하려는 경향이다. 독도, 동해 병기와 '위안부'를 묶어서 국제사회에 촉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비슷한 맥락에서 2007년 하원에서 '위안부' 결의안이 통과된 후 상원으로 가자는 논의가 여러 곳에서 많이 있었지만 사실 상원에서의 결의안 통과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미국 사회에 한일 간 현안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면 많이 생각하고 전략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Q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사실이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슨 뜻인가?

김동석 근본적으로 독도문제는 역사 진실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동해 병기 문제도 마찬가지로 한국이 주권이 없을 때 열린 국제기구 회의에서 일본의 목소리만 반영해 '일본해(Sea of Japan)'로 한 것이 사실이고, 이 사실의 부당함을 알리는 것이 맞다. 그러나 정치권과 미국 시민사회를 움직이려면 그들의 국익과 관련이 있다는 논리가 필요하다. 2008년 미국 지명위원회에서 독도 영유권과 명칭에 관한 논의가 있었으나, 일본을 의식해서 지금 상태 그대로 두라는 결정이 났다. 우리에게 독도 문제는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문제이지만 미국인에게는 작은 문제일 뿐이라는 점을 항상 유의해야 한다.

영토문제나 지명문제 등 한일 현안들이 국제사회에서 논란이 될 때, 한국은 유리하지 않다. 분단국가이기 때문에 국가 안보가 첫째고, 일본의 아베 총리는 한국의 이러한 상황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전략적으로 버릴 것은 무엇이고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철저하게 따져봐야 한다. 인권문제인 '위안부' 문제, 특히 전쟁과 관련한 여성인권문제는 우리들이 국제사회에 가서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한다. 그러나 영토문제는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고려하고 일본 정부의 전략을 고려한 정부 차원의 전략이 있다. 그런데 정부 전략을 무시한 채, 시민사회가 우리 주장만 내세우는 것 같다. 물론 국제사회에 사실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 이런 문제들을 우리에게 좀 더 유리하게 끌고 가려면 여러 국제 사회의 현안을 충분히 연구해서 각각의 문제에 맞는 정부 차원 전략을 만들고 정부와 시민사회가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피해 당사국이 아닌 미국 등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있는 집단이 의견을 내게 하여 일본 정부가 부담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미국 사회가 이 문제에 목소리를 내게 하려면, 한일 간 역사현안이 미국 국익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알려야 한다.

Q 한국 사회에 꼭 알리고 싶은 것이 있다면?

김동석 미국 내 200만 이상 한인들을 지켜봐 주길 바란다. 동북아시아의 역사현안을 둘러싼 진실을 밝히는 일을 하는데 한국인이 미국에 와서 일본과 직접 분쟁하고 대결하는 형태로는 바람직하지도 않다. 한국 측에 유리하지도 않다. 미국 시민인 한인들은 미국의 납세자요 유권자로서, 미국의 주류 정치권을 움직일 수 있다. 미국 내 한인들이 빠르지는 않지만 미국 사회를 움직여 가는 것을 묵묵히 지켜봐 주기를 바란다. '위안부' 기림비를 미국 내에 만드는 것도 한국의 재산이 아닌 미국의 재산으로 만들어야 미국 사회가 영구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 기림비가 되는 것이다. 한국 내 개인이나, 기관, 지자체가 앞서는 것보다 미국 시민사회가 앞장서게 해줘야 한다.

중국이 부상할수록 미국은 일본과 힘을 모으려 할 것이다. 아마추어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한국에서 미국 상황을 판단하는 것보다 미국 시민사회가 미국의 상황판단을 할 때, 훨씬 정확한 부분이 많다. 현재 진행 중인 미국 내 여러 상황들을 연결하여 판단하기 때문이다. 요즘 한일 간 역사문제와 관련해서 미국이 일본을 압박하면서 한국 편을 들어주고 있고, 한국에서 미일관계가 어긋나고 있다고 피상적으로 보는 것과 실제 미일관계는 다르다. 또 미국 내 한인에게 한국 언론이 많은 영향을 준다. 올해 초 버지니아의 동해 병기 때도 한국 언론의 관심이 컸는데, 이런 반응을 보고 모든 것을 이루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이것은 목표를 향해 단계적으로 나아가는 과정일 뿐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최근에 미국에 있는 한인들이 거둔 성과들은 15년 전부터 미국에서 한인들이 벌여온 정치 참여 운동의 결과라는 점이다. 그런데 지금 '위안부' 기림비나 동해 병기 법안 통과 등 미국 내 성과와 쟁점 자체에만 관심을 보이는 것은 우려스럽다. 지금과 같은 성과를 얻기까지 미국 내 한인들이 얼마나 많이 미국의 정치권에 호소하며 노력했는지도 살펴봐 주기 바란다.

5월 8일 재단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재단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김동석 상임이사

Q 앞으로 계획은?

김동석 계획이자 목표는 '8080'이다. 미국에 사는 한국 사람들의 80%를 유권자로 만들고, 그 유권자들의 80%가 투표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 숫자가 많은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상징성에 의미를 두는 것이다. 한인 유권자들은 비록 소수지만 미국 사회에서 한인들의 투표율이 높다는 인식이 생기면 한인 사회도 힘이 생기고, 미국 정치권이 자연스럽게 한인 사회가 간절히 바라는 일에도 눈길을 주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07년 미 하원 결의안이나 2008년 비자면제 결의안 캠페인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한인 유권자의 투표율이 높아진 것이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활동은 마이클 혼다 의원이 재선하도록 돕는 일이다. 이것은 유대인들이 반드시 의리를 지켰던 것처럼 마이클 혼다 의원에게 한인들의 의리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모두 미국 정치권의 신뢰를 얻기 위함이다. 우리의 목표는 한국인 정치인을 키우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미국의 주류 정치인들이 한국인을 위해 일하도록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