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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소식
제9회 제주포럼 재단세션 동북아 역사화해와 평화를 그리다
  • 도시환 정책기획실 연구위원

재단은 지난 5월 29일 '새로운 아시아의 설계(Designing New Asia)'라는 대주제로 열린 제9회 평화와 번영의 제주포럼(5월 28일~30일)에서 "동북아의 역사화해와 평화구축의 과제"를 주제로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하였다. 재단이 외교안보 분야에서 개최한 국제학술회의 세션은 57개국 4,000여 명이 총 64개 세션을 진행한 올해 국내 최대 규모였다. 이에 아시아 최고 국제종합포럼이라 할만한 제주포럼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끌었다.

이번 국제학술회의는 동북아의 한·중·일 3국이 겪고 있는 과거사에서 비롯한 역사갈등이 동북아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심각한 저해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기획되었다. 따라서 재단은 동북아 지역 국가의 역사 갈등의 본질을 규명하고 그에 대한 극복방안을 조명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아울러 상호이해와 협력을 통한 진정한 역사화해와 평화구축의 과제를 조감함으로써 동북아 지역의 미래지향적인 전망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재단은 '동북아의 역사화해와 평화구축의 과제'에 대해 한·중·일·독의 석학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였으며, 발표주제별 함의는 다음과 같다. 베르너 페니히(Werner Pfenning) 자유베를린대학 교수의 "유럽의 경험으로부터 조감하는 동아시아 화해의 구상", 나가하라 요코(永原陽子) 교토대학 교수의 "탈식민지화 세계역사에서의 동아시아 역사화해의 구상"을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유럽의 경험'과 '탈식민지화의 역사'에서 동아시아 역사화해의 구상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쑨거(孫歌) 중국사회과학원 교수의 "현실주의 유토피아 : 이념과 사상으로서의 평화", 윤병남 서강대 교수의 "동북아에서의 화해를 위한 역사의 유용성"을 주제로 한 발표는 동북아평화공동체의 설립을 위한 핵심요소로서의 역사화해와 평화구축의 과제에 대해 재조명하였다.

재단 국제학술회의 개최 전 제주포럼 자료집에 수록된 64개 세션 가운데서도 재단 기획안과 참여한 석학들의 발표주제는 여러 언론에 보도되었으며, 재단 세션을 취재한 언론 매체는 "아시아의 화해, 식민지범죄 사과 필수"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세션 내용을 집중적으로 조명하였다. 다음에서 발표자들의 주요논지를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아시아의 화해는 식민지범죄 사과가 필수"

한국학연구소장인 베르너 페니히 교수는 "유럽의 경험에서 볼 때 화해가 없다면 지속가능한 상호 호혜 협력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제에서 독일-프랑스·폴란드 간의 화해도 독일 엘리트들의 제안이 확대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은 분단국이므로 내부 화해가 중요하며, 북한의 엘리트들과 함께 이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하였다. 한국은 강대국 사이에 끼여 있으나 문화적인 가교 역할을 하여, 일본을 비롯한 주변국과의 화해를 주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구상도 제시했다.

아시아·아프리카 식민지책임 연구의 권위자인 나가하라 요코교수는 "동아시아 식민지문제를 비교역사학의 관점, 즉 '위안부' 피해 역시 지역이 아닌 세계사의 시각에서 조감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카리브해 연안 국가들이 유럽국가를 대상으로 피해자가 생존해 있지 않지만 과거 노예로 삼은 행위에 대해 배상을 요구하고 있는 등 최근 과거사에 대한 청산이 세계적인 추세임을 강조하였다. 최근 일본학자들이 일본군의 동학군 대량학살과 의화단 살해행위를 규명하고 있다면서 전쟁이 아닌 식민지배에 주목해야 할 것을 역설했다.

동아시아평화사상을 주창해온 쑨거 교수는 "동북아지역에서 평화를 논의하는 현실적 기능과 역사적 함의는 오늘날 아시아 국가들을 둘러싼 지역분쟁이 바로 자원부족에 원인이 있으므로, 아시아의 평화유지를 위해서는 자원에 대한 공동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아울러, 일본의 평화헌법은 동아시아 국민이 연대해야 유지할 수 있다는 점, 이를 위해 동아시아인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차별과 불평등을 없애고 진정한 문화적 연대를 이룰 때 평화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역사학회장인 윤병남 교수는 과거사가 동아시아에서 갖는 중요성과 관련하여, "근대 역사를 보면 동아시아는 식민 지배를 겪는 과정에서 정체성을 형성하였다"고 하였다. 그는 한·중·일간 역사화해에 대해서는 인내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한·중·일 여러 계층이 다양한 방식으로 교류하여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정부차원에 대한 큰 기대보다는 민간차원의 작은 노력을 통해 큰 결실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젊은 세대에게 광범한 세계사 교육을

주제발표에 이은 토론에서 베르너 페니히 교수는 성노예 피해자에게 '위안부'란 표현 자체가 결례이자 모독이므로 '이른바 위안부'라는 용어를 제안하였다. 영토분쟁의 본질은 자원전쟁으로, 일본이 센카쿠에 대한 실효지배를 주장하면서 한국의 독도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피력하는 것은 정치적인 수사라고 비판했다. 쑨거 교수는 "효과적인 평화연대의 모델과 관련하여 화해의 완성은 민간차원의 생활에서 기본적인 틀을 전환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나가하라 요코 교수는 "나치 전범들과 홀로코스트에 대한 청산 차원에서 식민청산을 위한 조치가 없었기에 나미비아의 요구가 나온 것이며, 일본의 젊은 세대가 평화헌법을 자랑스러워하지 않는 것은 국수주의 교육의 결과로 광범위한 세계사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병남 교수는 "동북아의 미래를 전망하면 낙관도 비관도 아니지만, 한일 교환학생 프로그램마저 국가 간 관계가 악화하면 그 영향을 받는 점에서 정치지도자들이 고민해야 할 부분"임을 지적했다.

이번 국제학술회의는 한·중·일·독에서 참여한 석학들의 유럽의 경험과 탈식민지화 역사에 대한 발표를 통해 한·중·일 역사갈등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동북아 3국의 역사화해를 통한 바람직한 평화구축의 방향과 과제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고 공유하는 귀중한 자리였다. 2015년 광복 70주년과 한일협정체결 반세기를 맞이하는 오늘의 시점은 진정한 역사화해의 기반 위에서 동북아 평화공동체의 구축으로 나아가는 원년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