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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소식
아시아연대회의의 빛과 그림자
  • 이장욱 정책기획실 연구위원
6월 1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있는 세계
8개 나라 활동가들이 참석한 아시아연대회의 모습

2014년 5월 31일 일본 도쿄에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약칭 정대협) 주최 "제12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 다녀왔다. 올해 회의는 "세계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는 주제로 일본 정부의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일본군 '위안부' 8개국 피해자들, 지원 활동가들과 한국·일본 시민단체들이 참석한 가운데 5월 31일부터 6월 4일까지 5일간의 일정으로 열렸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대만, 동티모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중국, 네덜란드, 일본 등 8개국들의 피해자, 활동가들이 참석하여 '위안부' 피해자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해결책을 서로 공유하고 의논하여 일본 정부에 제출할 요구서를 채택하는 중요한 회의였다.

1992년 제1차 아시아연대회의가 시작된 후 한·일 양국 시민단체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단순한 정치·역사·민족 문제를 넘어서 보편적인 '전쟁과 여성의 인권' 문제로 그 의미를 확대하여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연대 활동의 결과로 국제기구들이 잇달아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자행되었던 일본 정부의 각종 범죄, 특히 '위안부' 문제에 대한 공식사죄, 법적배상,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는 결의문과 보고서를 채택하였고, 불행한 역사가 전 세계에서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범시민운동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역사를 기억하지 못한 자들의 비극

그러나 제12차 아시아연대 회의에서 지켜본 '위안부' 문제는 그동안의 노력과 성과에도 불구하고 낙관적으로 보기에는 몇 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그중 하나는 미국이 주도하여 처리하였던 전후처리가 유럽과 달리 자국의 지역 이익에 따라 일본의 편의를 봐준 연유로, 부정적인 역사적 유산을 정리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 복잡하게 돌아가는 미·중 대결 구도라는 새로운 국제정치 질서 속에서 제각기 자국의 이익을 중심으로만 관련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한·일 양국과 세계 곳곳의 시민단체들이 지난 20여 년간 거둔 많은 긍정적인 성과가 아직까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역사를 기억하지 못한 자, 그 역사에 다시 살게 될 것이다." 스페인 출신의 철학자인 조지 산타야나(George Santayana, 1863~1952)가 언급한 말이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독일과 일본이 저지른 비인륜 범죄들은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상처로 남아 있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오늘날 동북아 한·중·일 3국에서 고조되고 있는 민족주의와 연계가 되어 지역정세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에 과거의 역사가 다시 번복되지 않도록 정부, 학계, 시민단체 모두가 합심하여 이 문제를 인류보편적이고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여 일본과 그로 인해 상처받은 동아시아 피해국들과 잘 마무리를 짓는 것은 동아시아의 미래를 위해서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그러므로 일본, '위안부' 피해국들 그리고 이러한 불행한 역사적 유산을 제공한 미국 및 서구까지 모두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과 관심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