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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새 책
『전통시대 동아시아의 외교와 변경기구』 국경 기구로 본 동아시아 외교의 형식과 실태
  • 전덕재 단국대학교 교수

전통시대, 즉 전근대시기 동아시아 각국의 외교는 기본적으로 조공(朝貢)·책봉(冊封) 관계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종래에 일각에서는 조공·책봉 관계는 책봉국인 중국 왕조 중심의 국제질서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조공하는 주변의 여러 나라들을 중국 왕조의 지방정권으로 폄하하기도 하였다. 반면에 또다른 일부는 주변 여러 나라의 주체성을 부각하여 조공·책봉 관계의 실체를 호도하는 경우가 없지 않았다. 이른바 조공·책봉 관계는 동아시아에서 중국 왕조가 책봉국으로서 중심이 되고, 그에게 조공하는 주변 여러 나라들의 독자성을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성립된 외교관계의 한 형식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어느 한쪽만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동아시아 국제질서와 각국의 주체성을 유기적으로 연관시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민족 지배와 외교 수행을 위해 설치한 변경 기구들

주지하듯이 역사 전개에 따라 국제정세도 크게 변동하였고, 이로 말미암아 조공-책봉 관계라는 외교형식의 틀과 내용도 끊임없이 변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아시아 각국의 이해를 실현하기 위한 외교정책 역시 부단하게 바뀌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전근대시기의 조공·책봉 관계는 원칙적으로 중국 왕조와 주변 여러 나라의 중앙정권 사이의 외교를 기본으로 하여 성립하는 외교형식으로 규정할 수 있다. 전근대시기의 교통수단과 정보 전달 체계는 오늘날에 비하여 현저하게 낙후되었다. 이 때문에 동아시아 각국은 중앙정권 사이의 외교를 보완하기 위하여 국경과 변경지역에 다양한 기구를 설치하여 운영하였다. 여러 중국 왕조에서 변경지역의 주민과 국경 바깥에 거주하는 이민족들을 효과적으로 지배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주변 여러 나라와 외교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변방기구를 설치하였고, 주변 여러 나라 역시 중국 왕조를 포함한 다른 나라와 외교 업무를 관장하는 기구를 변경지역에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은 바로 전근대시기에 동아시아 각국이 국경이나 변경지역에 설치한 여러 기구를 통해 동아시아 외교의 다양한 형식, 실태를 새롭게 조명하기 위하여 준비한 것이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었는데, 각 부에서는 한국과 중국, 일본의 변경기구를 분석하였다. 제1부에서는 주로 한국사에 등장하는 변경기구와 변경정책에 대하여 검토하였다. 「고구려의 서부 국경선과 무려라」에서는 고구려가 요하 동쪽에 최전선 거점으로 무려성(武厲城)을 두고, 이곳과 요하 서안의 군사거점인 여러 '라(邏)'를 연결하는 방어선을 구축하였음을 살폈다. 「신라 하대 패강진의 설치와 그 성격」에서는 통일신라가 발해의 침략에 대비하여 변경지역에 군사기구인 패강진(浿江鎭)을 설치하였고, 그것이 패강지역을 군사적으로 관할하며 치안과 경비를 책임졌음을 논증하였다. 「고려·거란의 경계대 변화와 그 운용에 관한 연구」에서는 고려와 거란이 성종대 이후에 무력충돌을 막고 평화관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요동과 압록강 사이에 완충지대를 설치하였다가 현종대에 거란이 압록강 이동지역을 강제로 점유하면서 새로운 경계대가 형성되었음을 고찰하였다.

제2부는 여러 중국 왕조의 변경기구와 변경정책, 그리고 국경 바깥에 위치한 이민족에 대한 지배방식에 대하여 분석한 부분이다. 「진한제국의 변경 이민족 지배와 부도위」에서는 진한대(秦漢代)에 변군(邊郡)을 내군(內郡)과 다르게 지배하였음을 증명해주는 존재로서 널리 알려진 부도위(部都尉)와 속국도위(屬國都尉)를 재검토하여 변군 역시 내군과 마찬가지로 군현 지배의 보편적 원칙이 관철되었음을 살폈다. 그리고 「당 전기의 변주 문제」는 당나라에서 설치한 지방행정기구인 변주(邊州)의 역할과 책임, 그 변화에 대하여 살핀 논고이고, 「당 현종의 변경지역 외교 책략」은 현종대에 당 조정이 변경 각 민족에 대하여 융통성 있는 외교 정책을 편 결과, 상당히 긴 시간 동안 변경지역이 안정될 수 있었음을 고찰한 것이다. 「명청시기 중국 동북지역의 지도·지리지와 조선 관방지도의 관계」에서는 조선후기에 조선이 명과 청나라의 변방지도를 참고하여 북방관방지도를 제작하였음을 살폈다.

사람과 문화 교류로 공존을 모색한 동아시아

제3부에서는 일본에서 설치한 변경기구와 경계도시에 대하여 다뤘다. 「일본 고대의 대재부의 기능과 신라 문제」에서는 고대에 일본이 신라와 정치, 외교 문제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하여 두 나라를 연결하는 교통요지인 축자국(筑紫國)에 외교 관서로서 대재부(大宰府)를 설치하였음을 살폈다. 그리고 「근세 아시아 경계로서의 항구도시 나가사키」에서는 일본의 나가사키가 막번제국가(幕藩制國家)의 주변부이며 동아시아 사회와의 경계로서 기능한 항구도시였고, 거기에서 막번제국가 권력이 경계 영역에 속한 혼혈아나 외국인 거주민을 차별 대우하였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을 철저하게 격리하여 관리하였음을 고찰하였다. 마지막으로 「근대 한일관계에서 쓰시마번과 왜관」은 17세기 말 한·일 사이에 발생한 여러 외교 사건을 매개로, 외교 교섭기관으로서의 쓰시마번과 왜관의 기능 및 역할을 검토한 논고다.

집필자들 사이에 문제의식이나 연구방법론이 제대로 공유되지 못한 결과, 이 책에 실린 논고 전체를 관류하는 통일성이 제대로 담보되지 못하였다. 또 이 책에서 중국과 일본, 한국 사이의 변경기구와 변경정책의 차이를 뚜렷하게 부각하지 못하였다. 그럼에도 전통시대에 동아시아 각국이 공통적으로 중앙정권 사이의 외교관계를 보완해주는 변경기구를 설치하였고, 그것을 매개로 이루어진 활발한 인적, 문화적 교류를 통하여 동아시아 각국이 공존을 모색하려고 노력하였음을 부각시킨 점은 이 책의 성과로서 평가할 수 있다. 아울러 새로운 자료의 발견과 재해석을 통해 동아시아 외교관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측면도 본서의 성과다. 향후 이 책은 전근대 시기 동아시아의 외교관계와 변경기구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서로서 이 분야 연구의 활발한 논쟁과 이해를 심화하는 계기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