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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합법적이지 않다"
  • 인터뷰 진행 ┃ 김영수 동북아·독도교육연수원 연구위원

지난 3월 22일 러일전쟁 110주년을 맞아 동북아역사재단이 후원하고 한국러시아사학회가 주최하는 국제 학술회의가 열렸다. '러일전쟁, 110년을 말하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학술회의에는 한국은 물론 일본과 러시아를 대표하는 러일전쟁 연구자들이 참석하였다. 3월 21일 동북아역사재단 김영수 연구위원이 학술회의 참석차 한국에 온 모스크바 국립대학교 올레크 아이라페토프 교수를 만나 러일전쟁과 한러관계, 동아시아 역사 현안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_편집자 주

올레크 아이라페토프(Oleg Airapetov) 교수

20세기 초의 러시아 군사 분야 연구 전문가로 손꼽히는 역사학자다. 러시아 외교정책 자문위원을 지냈다. 현재 모스크바국립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Q 한국에 대한 첫인상은?

아이라페토프 오늘 김치를 처음 맛봤다. 매운 것을 못 먹지만 도전했다. 입맛에 맞더라. 거부감이 전혀 없고 오히려 만족감을 느꼈다. 오늘 새벽에 한국에 도착해서 좀 피곤하지만,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싶다. 인터뷰하기 직전 경복궁을 둘러봤다. 감격스러웠다. 책을 읽으며 상상했던 현장을 직접 와 보니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역사학자들은 역사를 오감으로 느껴야 한다. 그래서 직접 현장을 체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 경복궁에서 한국은 '복잡성을 지닌 단순함의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에서 단순함을 표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한국에 온지 하루도 안됐는데 이런 평가를 한다는 것은 좀 성급할 수도 있지만, 한민족의 아름다움이 바로 이런 단순함에서 우러나오는 것은 아닌가 싶다.

Q 러일전쟁 110주년 학술회의에서 "러시아의 군사정책"을 주제로 발표한다. 간단히 소개해 달라.

아이라페토프 프랑스 소설가 발자크는 '사실처럼 어리석은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간이 살아가는 삶과 현실은 어느 문학작품보다도 더 다채롭다. 다시 말해, 위대한 발자크의 문학 세계보다도 삶은 더 복잡하다는 뜻이다. 역사학자들은 역사적 사실을 파헤쳐서 그 사실을 설명하는 것이 임무다. 역사적 사실은 그 사실이 일어난 맥락 속에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는 '어리석은 사실'만을 설명하는 것이다. 이번 논문은 러시아 군대가 극동에서 전쟁 대비를 어떻게 했는지, 또 실질적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파헤치기 위한 연구다. 모든 전쟁은 패배하든 승리하든 전쟁이 벌어진 원인을 전설로 만든다. 러시아는 러일전쟁에서 패했다. 왜 패했는지 해명하기 위해 전설을 만들었다.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이다. 아주 원시적이지만 해명으로서 부족하다는 뜻은 아니다. 대중은 원시적인 개념일수록 잘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매우 흥미로운 사실들을 발견하였는데 러시아 내에서 극동 지역을 철저하게 조사한 인사들도 있었다는 점, 당시 러시아의 대다수 군 관계자들은 극동에 대한 인식을 유럽과는 달리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렇게 러시아는 극동 상황을 잘 살피고 있었는데도 입수한 정보를 왜, 그리고 누구 때문에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는지는 의문이다. 다시 말해 러시아가 극동상황을 모르고, 준비하지 않고 있다가 일본에 당해서 패했다는 해명은 진리를 부정하는 것이다.

Q 그렇다면 러일전쟁의 발발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또 당시 한국의 역할은 무엇이었을까?

아이라페토프 당시 한국은 그 전쟁의 주체가 아니라 '대상'이었다. 국가의 운명, 한 민족의 운명을 누가 대신 결정한다는 것은 항상 고통을 동반한다. 러일전쟁 발발 원인은 2개의 제국주의 정책이 충돌한 것에 있다. 일본은 자국 인구를 이주시키는 문제를 고려하고 있었고 한반도를 일본 내 잉여 인구를 이주시킬 수 있는 지역으로 고려했다. 그래서 일본은 항상 한반도를 자국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핵심 사안으로 여기고 있었다. 다른 한편 일본은 한반도에 전략적 의미를 부여했다. 지도를 보더라도 한반도는 자연이 만든 교량이다. 일본이 한반도를 통제하지 않고 대륙으로 북상하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일본은 잘 알고 있었다. 러시아 해군도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를 잘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선의 독립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래서 러시아는 조선 군대 구축을 제의했고, 4천 명 규모의 군대를 구축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고종이 자국을 방어할 수 있는 군대를 키워주는 것이 러시아의 목적이었다. 러시아식으로 구축한 군대, 또 러시아 무기로 무장했기 때문에 러시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조선 군대는 당시 러시아 국익에 부합했다. 그 밖에 러시아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조선은 당시 농경 국가이고, 산업이 전혀 발달하지 않았다. 조선이 소비하는 물품은 러시아에서 생산하지 않았고, 러시아에서 생산하는 것은 조선에서 사용하지 않았다. 러시아의 대조선 수출 규모는 그 당시 불과 1~1.5%에 지나지 않았다. 1898~1899년에 조선 항구에 입항한 러시아 상선은 불과 38척이었는데 일본 상선은 약 1000척에 이른다. 이를 보면 확실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Q 당시 한반도 북부 지방은 군사상 무슨 의미가 있었나?

아이라페토프 한반도의 북부 지방은 러시아 연해주와 연결되어 있으므로 러시아는 그 지역을 경시할 수 없다. 해양에서 러시아 극동 지역을 공격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요새는 블라디보스토크다. 1894~1895년 중일전쟁으로 러시아는 위협을 느끼기 시작했다. 일본이 한반도와 중국을 점령하면 1500km에 달하는 러시아 국경지역은 군사 위협에 취약해질 것을 모두 다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과 대립하는 것도 러시아는 원하지 않았으나 러시아가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Q 댜오위다오(센카쿠제도), 쿠릴열도(북방 4개 도서), 독도 중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가장 위협하는 곳은?

아이라페토프 동북아에 현재 영토분쟁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을 뿐이다. '영토분쟁이냐 영유권 주장이냐' 하는 용어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 현재 일본은 러시아, 한국에 영유권 주장을 하고 있다. 일본의 영유권 주장이 언제, 어느 시점에서 강해지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 정부 인사는 이상적인 실용주의자들이다. 그들은 영유권 주장이 실효성이 없다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고, 한국이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잘 알고 있다. 일본은 주변 국가들과 관계를 악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영유권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적인 실용주의자들이 왜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 악화를 선택했을까? 현재 일본은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또 후쿠시마 원전사고 여파도 상당히 크다. 국민들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영유권 문제를 제기해 자국의 내부 문제를 해결하려는 작전인 것이다.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일본이 평화를 위협하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론을 조성해서 국민들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한 전통적인 정치 수단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주변 국가들은 주된 문제와 부차적인 문제를 잘 감별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일본의 지도부는 실용을 추구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실용에 입각한 대응을 해야 한다. 쿠릴열도에 관해서는 한 가지 뉘앙스를 염두에 둬야 한다. 1990년대 옐친 대통령 정권 시절에 러시아는 쿠릴열도 문제에 대해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 표명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뀐 후 러시아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Q 일본이 독도 영유를 원한다고 생각하는가?

아이라페토프 기회가 된다면 누가 싫다고 하겠는가? 독도를 확보하면 한 국가의 영해가 바뀌고, 해양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누가 준다고 하면 일본이 거절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영유권을 주장할 수 있지만 독도를 쟁탈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이 1930년대는 아니지 않은가? 무엇보다 일본의 영유권 주장은 합법적이지 않다. 현재 국제법에 따르면 일본이 주장하는 도서들은 한국, 러시아 땅이다. 국제법을 위반하는 행동은 매우 위험하다. 현재 유럽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 위협요소는 북한뿐이다. 하지만 유럽에는 실질적인 위협이 존재한다. 러시아와 크림반도 문제를 보면 그 위협을 느낄 수 있다. 러시아 민족은 한민족처럼 분단 민족이다. 때문에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편입한 것은 러시아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유럽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아태지역보다 유럽이 더 불안한 지역이다.

Q 한국과 러시아의 발전 방향은 무엇이고 이를 위한 한국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아이라페토프 내 연구 주제가 아니라 일반적인 답을 할 수 밖에 없다. 한국 자동차를 모는 친구들이 말하기를 한국 자동차는 합리적인 가격과 그 가격에 걸맞은 품질이 마음에 든다고 하더라. 이는 한국의 상품 점유율이 러시아 시장에서 상당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러시아 소비자들도 한국 상품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러시아에서 아직 한국 문화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 예를 들면, 한국의 영화나 러시아 영화 같은 것이 서로의 문화공간에 없다는 점은 아쉽다. 앞으로 러시아와 한국이 미래를 위해 해야 하는 것은 바로 문화교류 활성화, 대학 사이에 교류를 늘리는 것 등이다. 물론 지금도 교류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교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것이 관계를 맺는 밑거름이고, 엘리트를 형성하고 또 상호이해를 심화시키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