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106년 전 3월 8일 미국의 여성노동자 1만 5천명은 당시의 열악한 노동환경의 개선과 참정권 등을 요구한 이후, 지난 1세기에 걸쳐 여성의 인권과 법적 권리는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마음속의 고통을 남에게 이야기 할 수 없을 만큼 잔인한 과거의 기억을 안고 생애를 마감하는 여성들이 있다. 그들은 바로 전 세계에 존재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다.
일본 정부는 1993년 '고노담화'를 통해서 일본 정부와 군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 표명을 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공식사죄와 보상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3월 5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인권이사회에 참석해 '위안부'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한국의 외교부 장관이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인권 현안에 대해 기조연설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우리 정부가 '위안부'를 여성 인권의 문제로 인식하고 그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것에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일본 내 최근 '고노담화'를 부정하려는 움직임이 관료와 정치인들 사이에서 등장하고 있다. '고노담화'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뿐만이 아니라 위안소 경영자, 위안소 부근 거주자, 조선 총독부 관계자 등 여러 의견 청취와 현지 조사를 통해서 작성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미 군이 모집에 직접 관여한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발표된 것이다. 따라서 일본의 '고노담화' 부정은 일류 보편적 인권과 역사에 대한 부정이다. 오카다 다카시(岡田隆) 일본 유엔대표부 차석대사는 3월 6일, 아베총리의 성명을 대독하면서 "일본 정부는 21세기에 더 이상 여성의 존엄과 기본적 인권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며 호소했다. 일본 정부가 말장난이 아닌 행동으로 국제사회에 보여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제 일본이 해야 하는 것은 당시 가해자로서의 사실을 인정하고 정부차원의 책임 있는 조치, 올바른 역사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다.
지난 3월 1일부터 4월 13일까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프랑스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에 '위안부' 피해자들의 상처를 그린 만화가 전시되었는데, 그 처절함과 잔인함에 공포마저 느꼈다. 여성 인권을 지키고 상처를 진정으로 보듬어주기 위해서는 가해자의 진심어린 사죄가 필요하다. 세상 밖으로 나온 할머니들의 용기야 말로 여성 인권을 지키는 디딤돌이다. 할머니들의 용기에 경의와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