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세계금융위기 후 중국을 G2 국가로 부르는 것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중국의 부상은 이제 객관적인 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의 비약적 경제발전은 학술영역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중국 출판계에서 쏟아져 나오는 방대한 출판물들은 중국 학계의 역동성을 잘 보여준다. 여기서 중국 학술서적의 많은 부분이 국책 연구공정(연구프로젝트)의 산물이라는 점은 주목해야 할 점이다.
중국의 대규모 변경지역 연구항목은 국가 차원에서 5개년 계획으로 편성되며 '동북공정' 이후에는 주로 '항목'이라 불리는데, 전국 규모의 역사문화사업과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통합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동북공정', 즉 동북변경연구사업은 주로 '역사' 연구사업으로 이해하고 있으나, 사업추진 기관이나 내용으로 봐서 중국의 '변경지역' 연구사업으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중국의 주요 역사고고학 연구사업들이 중원 지역이나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하고 청사공정이 청대 역사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면 변경지역 연구사업들은 '변경지대'를 주요대상으로 삼고 있다.
'역사' 연구가 아니라 '변경지역' 연구가 핵심
중국학계가 대대적으로 변강을 연구하는 이유는 중국의 현실을 보면 알 수 있다. 중국은 현재 14개 국가와 육지 국경을 맞대고 있고, 6개 국가와 해양 경계를 나누고 있다. 중국의 55개 소수민족들은 대부분 변경지대에 거주하며, 변강문제는 영토변강만의 문제가 아니라 민족문제와 종교문제 등과 겹친다. 이처럼 중국의 국가 발전전략과 미래 구상에서 변강과 민족문제는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동북공정을 시작한 후 12년 동안 중국 변강연구학계의 특급 연구프로젝트는 모두 5개로 동북공정과 신강항목(新疆項目), 서남(西南)항목, 서장(西藏)항목, 북강(北疆)항목 등이다. 일정표상 앞 네 항목은 종결하였고, 현재 1개 항목을 진행하고 있다. 2010년 1월 북강항목을 시작하면서 중국 변강학계는 중국의 육지변경지대 전체를 포괄하는 일련의 변강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즉 동북공정은 중국 동북지역, 신강항목은 신장 지역, 서남항목은 윈난과 구이저우성 지역을 다루고, 서장항목은 티베트, 북강항목은 내몽고를 중심지역으로 하는 북부 변강을 다룬다. 이들 변강연구프로젝트군은 부상한 중국의 향후 국가 발전 방향과 전망을 가늠하는 계측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들 연구공정은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에 영향을 주기때문에 이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분석이 필요하다. 학술적 분석 과정은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이 아니라 철저히 실사구시적인 분석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