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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순(1902년 12월 16일~1920년 9월 28일) 열사는 천안의 평범한 집안에서 3남 2녀 중 둘째 딸로 태어났다. 부친 유중권은 온 집안이 기독교로 개종했으나, 조상에 대한 의무를 지키기 위해 홀로 개종하지 않았다. 그러나 장남 유우석을 기독교 학교인 공주 영명학교로, 이화학당으로는 차녀 유관순을 진학시키는 등 기독교에 매우 우호적이었다. 1914년경 이화학당 보통과 2학년에 편입학한 유관순은 1918년 이화여자보통학교 고등과 1학년에 진학하였다. 당시 이화학당에서는 이문회(以文會)라는 자치활동기구에서 사회 저명인사들을 초청해 시국강연회를 열었고 학생들이 자주자립 역량과 애국애족정신을 키우도록 하였다. 이런 환경에서 성장한 유관순은 어느 날 밤 친구들과 물감으로 태극기를 그려 학교 곳곳에 붙이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한 때 학교가 소란해졌으나 태극기 그리는 법을 제대로 배운 사건이었다.

3ㆍ1운동과 아우내 만세운동

1919년 3월 1일, 유관순은 5명으로 결사대를 조직하여 3·1운동에 직접 참여하였다. 3월 5일 학교 측이 만류하는데도 학교 담을 넘어 학생단 연합시위에 친구들과 함께 참여했다. 이때 경무총감부에 붙잡혔으나 곧 풀려났다. 만세운동이 날로 격해지자, 일제는 3월 10일 전국 각 급 학교에 휴교령을 내렸다. 고향으로 내려온 유관순은 조인원(교회 속장, 독립운동가 조병옥 박사 부친), 유중무(교회 전도사, 유관순의 숙부) 등과 상의하여 천안 아우내 만세운동을 준비했다.

유관순은 3·1만세운동 여파로 주민을 감시하는 데 혈안인 일본 경찰의 눈을 피해 연락책을 맡아 인근 부락의 대표자들과 만세운동 거사를 상의했다. 그리고 시간을 쪼개 사촌언니 유예와 함께 거사에 쓰일 태극기 제작에 온 힘을 기울였다. 만세운동을 하기로 한 1919년 4월 1일 유관순은 아우내 장터 입구에서 태극기를 나누어 주었고 오후 1시에 마을 어른들과 선두에 서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태극기를 흔들고, 일본 헌병대를 향해 나아갔다. 성난 군중들과 일본 헌병들의 쫓고 쫓기는 혈투가 벌어졌다. 군중에 밀려 쫓겨 간 헌병들이 총을 쏘자 유관순은 총구 앞으로 뛰어나가 "쏘지 마라!"라고 외치며 막아섰다. 유관순은 부친의 시신을 보자 "제 나라를 되찾으려고 정당한 일을 했는데, 어째서 군기를 사용하여 내 민족을 죽이느냐!"라고 외치며 헌병에게 달려들어 총을 쏘지 못하게 제지했다고 한다. 그러나 오후 4시경 천안 철도수비대가 일제 헌병대에 합세하여 만세 시위를 하던 조선인들을 향해 마구 총질을 하였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날 수천 명이 만세운동에 참여했으며, 그 중 헌병의 총칼에 19명이 즉사하고, 30여 명이 부상당했으며, 16명이 재판에 회부되었다. 유관순의 부모도 이때 흉탄에 맞아 현장에서 사망했다. 일본 헌병이 입은 인명피해는 단 한명도 없었으며, 물적 피해도 헌병 주재소 유리창이 깨지고 벽에 금이 가는 정도였다.

유관순 열사가 당질(5촌 조카, 4촌 오빠의 아들)에게 떠준 유아용 하절기 삼색 뜨개 모자로 유관순 열사의 유일한 유품이다.
(백석대학교 유관순연구소 소장)

옥중에서도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다

유관순은 공주법원에서 5년, 서울 법원에서 3년형을 선고 받았다. 숙부 유중무와 조인원 등이 함께 상고하자고 권했으나 "삼천리강산이 어디면 감옥이 아니겠습니까?"하면서 끝까지 응하지 않았다. 유관순은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된 날부터 매일 틈만나면 "대한독립만세"를 외쳤고 모진 고문을 당했다. 더구나 체포당시 총검에 찔린 곳이 도무지 낫지 않아 계속 고름이 흘러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유관순은 같은 감방에 갇힌 임산부가 출산하고 아기와 함께 다시 왔을 때, 아이 기저귀가 동짓달 엄동설한에 잘 마르지 않자 제 몸에 감아서 녹여 주기도 했다.

1920년 3월 1일 오후 2시, 유관순은 옥중에서 3·1운동 1주년 기념 만세운동을 벌였다. 유관순이 있던 8호 감방에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치기 시작하자, 모든 감방에서 이 소리에 일제히 호응을 했으며, 그 외침은 형무소 담을 넘어 밖에서도 들렸다. 이 소리를 듣고 몰려온 사람들 때문에 교통이 마비될 지경이었다. 유관순은 모진 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출옥하는 날을 며칠 남기지 않은 채 눈을 감았다.

유관순을 마지막으로 면회했던 유관순의 오빠는 "얼굴은 퉁퉁 부어 있고 온 몸에 퍼렇게 멍이 들었다. 걸음도 비척비척 잘 걷지 못했다. 손도 부어서 한참 맞잡고 있던 손을 뗐는데도 손잡을 때 눌린 자국이 원래 모양으로 펴지지 않았다. 손가락으로 만져 보니 살이 썩어 피가 묻어 나왔다"고 당시 모습을 전했다. 그러나 일본인 간수는 "유관순은 매번 말썽을 부리고, 온 감옥 내 소동을 선동하는 중죄인이기 때문에 병원에 입원시킬 수 없다"고 대답할 뿐이었다.

이화학당 친구들은 영친왕의 결혼으로 특별 출옥할 예정이던 유관순을 위해 한 푼 두 푼 모아 새 옷을 맞추고, 머리핀과 구두를 마련해 환영회를 준비했으나 유관순은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다. 시신은 이화학당 친구들과 가족들이 이태원 공동묘지에 모셨으나, 일본이 이 일대를 군부대로 개발하면서 미아리공동묘지로 이장하였다. 이 과정에서 유해는 없어졌고 고향 생가 뒷산인 매봉산 기슭에 초혼묘를 모셨다.

유관순의 부모, 오빠, 숙부, 조카 등 가족 7명이 독립장, 애국장, 애족장 등 건국 훈장을 받았다. 또 유관순은 당시 만세운동으로 형을 받은 사람들 중 가장 중한 벌을 받았는데 이는 그의 저항이 얼마나 컸는지를 아주 잘 보여주는 것이며, 만세운동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